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KIA 심동섭이 8회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02
"확실히 배워둬야죠."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실패한 KIA 타이거즈의 올해 최대 패착 중 하나는 외국인 투수 어센시오를 마무리 투수로 쓴 것이다. 워낙에 뒷문이 허약한 팀의 체질을 바꿔보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어센시오의 기여도는 크게 떨어졌고, 시즌 후반에는 태업을 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결국 선동열 감독은 어센시오를 마무리 보직에서 해임하고 새 인물을 택했다.
좌완 투수 심동섭. KIA의 새로운 마무리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재개된 프로야구에서 KIA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심동섭에게는 요즘이 '적응'과 '반성'의 시기다. '클로저'라는 낯선 보직에 새롭게 적응해나가야 하고, 또 자신의 투구 스타일이나 경기 운용력에 대한 뼈아픈 반성을 하고 있다. 지금 당장보다 내년과 그 이후에 확실한 마무리로 자리매김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 감독이 심동섭에게 중요한 마무리 보직을 맡긴 건 당장 올시즌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사실 종료를 코앞에 남긴 이 시점에서 마무리를 굳이 바꿀 필요는 없었다. 그냥 어센시오에게 맡겼어도 됐다. 어차피 그런다고 해서 KIA의 순위가 요동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 감독은 '멀리' 내다봤다. 내년과 그 이후를 위해서라도 확실한 토종 마무리가 있는 것이 팀을 위해 백번 낫다.
그렇게 심동섭이 마무리 보직을 받게 된 것이다. 왜 하필 심동섭이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구위 때문이다. 심동섭은 왼손으로 시속 140㎞ 후반에서 150㎞ 초반에 이르는 무거운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다. 왼손투수의 특성상 구속이 더 빨라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런 빠른 구종을 갖고 있다는 건 막강한 장점이 된다.
제구력도 크게 나쁜 편은 아니다. 게다가 2011년에 이미 팀의 필승조를 맡는 등 불펜 경험이 매우 많다. 경기 막판 위기에서 짧은 순간 가장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를 뽑자면 심동섭이 정답니다. 선 감독은 "왼손으로서 그런 묵직하고 빠른 공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받은 선수다. 경험을 쌓는다면 좋은 마무리 투수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완점이 여전히 많다. 심동섭은 올해 불펜 필승조를 하다가 10월 이후 마무리가 됐다. 성적은 56경기에 나와 1승5패 3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5.64다. 좋은 모습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실점이 많았다. 주자가 쌓인 상황에 등판하면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 5점대의 평균자책점은 투수로서 반성해야 한다.
또 강한 승부욕도 부족하다. 이건 심동섭 스스로 인정하는 바다. 심동섭은 "같은 왼손 마무리인 봉중근 선배를 본받고 싶다. 특히 마운드에 오를 때 마치 타자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오른다. 그런 투지와 승부욕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은 어린 심동섭은 안타를 맞거나 실책 등으로 주자가 쌓이면 스스로 위축되곤 한다. 지난 9일 잠실 LG 트윈스전(⅓이닝 3안타 1실점)이나 13일 광주 넥센 히어로즈전(⅓이닝 2안타 1홈런 3실점)에서 이런 심동섭의 미숙한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공에 대한 확신, 타자를 이기겠다는 투지가 부족하면 어김없이 점수를 내줬다.
심동섭의 마무리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심동섭은 "당장 마무리캠프부터 단단하 몸과 마음을 만들 계획이다. 마무리 보직을 받게돼 정말 감사하고 좋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든다. 반드시 봉중근 선배만큼 뛰어난 마무리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