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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 진짜 잘 하겠습니다."
2피홈런 포함, 2이닝 9피안타 7실점. 13일 삼성전 선발로 나선 이태양의 성적이다.
더 중요한 건 아무리 어린(90년생) 선수라지만 에이스로서, 프로선수로서의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꼴찌가 확정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마지막 홈경기였다.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마지막 자존심으로 선물을 해야할 의무가 프로구단에는 있다. 코칭스태프는 마지막 홈 경기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에이스를 등판시켰다. 로테이션을 보자. 이태양은 아시안게임 종료 후 2일 롯데 자이언츠전, 7일 롯데전에 던졌다. 5일 쉬고 이날 경기에 나왔다. 컨디션 조절에 큰 무리가 따르지 않을 등판이었다.
단순히 구위를 가지고 얘기하는게 아니다. 이태양은 이날 경기 전 삼성 선수단이 훈련을 하는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삼성쪽 덕아웃에 왔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삼성 류중일 감독에게 인사를 했다. 상대 수장, 그리고 대표팀 감독으로 자신의 금메달 획득을 도운 감독에게 인사 한다는 것을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다만, 곧 상대를 해야하는 적이다. 적들이 훈련하고 있는 사이를 유유히 지나와 인사를 하는 선발투수는 있을 수 없다. 정말 인사를 하고 싶으면 구장 뒷편에서 조용히 했어야 한다. 아무리 최하위가 확정된 상황이라지만 이태양은 선발투수로서, 그리고 에이스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이 상황이 더욱 씁쓸해지는 이유 또 하나. 경기 전 덕아웃에 모습을 비친 김응용 감독은 이태양 얘기가 나오자 "무슨 칭찬을 하나. 7승 했나. 17승은 해야 칭찬을 하지"라고 특유의 무뚝뚝한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이내 "칭찬하면 거기서 만족을 해버린다. 이태양은 더 커야 하는 투수"라고 덧붙였다. 누가 들어도 이태양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오는 김응용식 칭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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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단은 대전 팬들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대전 팬들은 이날 경기 0-18로 뒤지던 6회 피에의 희생플라이로 만들어진 유일한 득점이 나왔을 때 마치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것 처럼 열화와 같은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많은 팬들이 졸전을 지켜보면서도 끝까지 선수들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투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팀 중심타자인 김태균이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고군분투했다. 김태균이 아니었다면 0대22의 수모를 당할 뻔 했다.
한화 선수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3시즌 연속 꼴찌를 했다. 물론,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납득이 가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팬들도 응원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경기 후 선수단과 팬들의 하이파이브 행사가 진행됐다. 1대22로 패했다. 팬이라고 하면 울화통이 터질 경기였다. 그래도 이날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팬들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유는 오직 하나. 선수들과 손 한 번 마주잡기 위해서였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포옹을 하자 언제 그런 졸전을 봤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워한 팬들이었다. 선수들도 기분이 좋았는지, 추운 날씨 속에 긴 시간 팬서비스에 열심이었다.
단순히 '나와 손 마주치고, 사진 찍고 하면 좋아해주시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큰일 난다. '우리가 이렇게 부족한데도 우리를 많이 사랑해주시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더욱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전국 어디에도 이렇게 충성을 다 바쳐 꼴찌팀을 좋아해주는 팬들은 없다. 성적이 떨어지면 관중수가 뚝뚝 떨어지는 구단들이 한화 외 대부분이다. 한화도 언제까지 안심할 수 없다.
"다음 시즌 진짜 잘하겠다"라고 하는 한화. 과연 내년 한화 야구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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