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택 구단주 마음대로, 과연 희망이 있나

기사입력 2014-10-26 11:45


김성근 감독. 스포츠조선DB

프런트 야구? 구단주와 구단주 일가의 입맛대로다.

넥센 히어로즈를 2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은 프로야구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때가 많다. 그가 의견을 내고 싶어 할 때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감독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말을 해도 되는 지 모르겠다"이다.

그런데 이번 오프 시즌의 감독 대량 교체를 보면, 염 감독이 생각을 달리해도 될 것 같다. 롯데 자인언츠의 새 감독 선임이 늦어지고, 재신임을 받았던 KIA 타이거즈 선동렬 감독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지난 5월 취임했고, SK 와이번스 김용희, 두산 베어스 김태형,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최근 발표가 났다. 지난 해 8월에 10구단 KT 위즈 지휘봉을 잡은 조범현 감독까지 포함해도 현재 팀을 이끈 시간이 염 감독 보다 긴 지도자는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 정도다.

대대적인 사령탑 교체가 이뤄지거나 진행되고 있다. 이번 시즌 9개 팀의 감독 중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5~9위 팀(SK,두산, 롯데, SK, 한화) 사령탑이 한 명도 예외없이 옷을 벗었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은 이전에도 있었으나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감독의 선임과 교체에 구단주의 최종 결재가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모기업의 최고위층이나 구단주가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관여해 현장과 유리된 결정을 내리고 이를 노출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흔히 메이저리그를 단장이 주도하는 단장야구, 일본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달라졌고 팀마다 환경이 다르지만 감독이 전권을 쥐고 팀을 이끌어 간다. 한국 프로야구의 일부 팀이 프런트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프런트 야구라고 욕을 먹고 있는데, 프런트가 아닌 구단주 야구라고 봐야 한다. 야구 비전문가인 구단주의 입맛대로, 모든 게 구단주 일가의 뜻대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구단 프런트에 돌아갈 때가 많다.

대표적인 게 한화, 두산, 롯데, KIA다. 한화는 24일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을 새 사령탑에 올렸다. 이글스 구단은 전임 김응용 감독에 이어 다시 70대 감독을 모시게 됐다. 최근 김성근 감독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오래전 부터 구단 사정에 밝은 레전드 한용덕 전 감독대행, 이정훈 2군 감독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김응용 감독을 포함해 최근 몇 년 간 한화 야구의 추락이 이글스를 잘 모르는 외부인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심화됐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한화는 24일에 김성근 감독의 사령탑 선임을 발표했다. 소문대로 모기업 최고위층에서 현장 생각과 거리가 있는 김성근 카드를 집어 든 것이다. 물론, 2년 연속 꼴찌의 불명예를 안고 물러난 김응용 감독 또한 김승연 회장 등 그룹 오너 일가의 지시가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선택이었다.


8일 잠실구장에서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은 유희관이 KIA는 양현종이 선발 출전해 맞대결을 펼쳤다. 두산 송일수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08

김응용 감독의 불통 리더십, 구태의연한 용병술은 이글스에 재앙이었다. 새 감독이 최악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글스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전 감독보다 유리한 조건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화 타선과 젊은 투수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최근 팀 성적이 바닥을 때렸지만 과감한 FA 투자, 유망주 확보 등 반등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단계가 됐다고 말한다.

지난 해에 이어 올 해도 감독 교체 문제로 홍역을 치른 두산도 마찬가지다. 새 감독 선임은 오너의 결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최악의 실험으로 끝난 송일수 감독의 실패 책임은 누구에게서 찾아야할까. 박정원 구단주 등 두산그룹 최고위층에 있다고 봐야 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유력한 4강 후보, 혹은 우승 다크호스로 꼽혔던 두산이다. 송 감독은 세밀한 전술도, 소통의 리더십도,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도 하지 못했다.

신동인 롯데 구단주대행이 자이언츠 구단 운영에 전권을 행사한다는 건 야구계에 널리 알려진 비밀이다. 지난 2년 간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고 최근 물러난 김시진 전 감독의 영입을 주도한 것도 신 구단주대행이다. 롯데는 2012년 말에 김시진 감독 선임에 앞서 정민태 투수코치 영입을 먼저 발표하는 등 이상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롯데는 선수단과 프런트는 물론, 코칭스태프와 코칭스태프, 프런트간에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KIA도 오너 일가의 뜻에 따라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선동열 감독과 재계약을 하고도 지금 굉장히 어색한 상황이 됐다. 선동열 감독이 비판적인 여론에 밀려 팀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애초부터 재신임에 무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강행한 구단과 모기업 최고위층 누구도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모기업 최고위층의 상황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 현황

구단=감독명=취임시기

삼성=류중일=2010년 12월

넥센=염경엽=2012년 10월

NC=김경문=2011년 8월

LG=양상문=2014년 5월

SK=김용희=2014년 10월

두산=김태형=2014년 10월

롯데=-=-

KIA=-=-

한화=김성근=2014년 10월

KT=조범현=2013년 8월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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