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트시즌은 이상하다. 프로야구의 모든 이슈가 집중돼야 하는 가을잔치, 하지만 어딘가 어수선하다.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의 집안 정리가 더 인기다. 잔칫집이 어딘가 싶다. 새로운 사령탑 선임 소식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모습이다.
2014 프로야구 LG와 넥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서 LG 봉중근(왼쪽부터), 이진영, 양상문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 이택근, 강정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uyngmin@sportschosun.com / 2014.10.26.
지난 19일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일이 터졌다. 포스트시즌 첫 날부터 문제였다. 경기가 한창 진행중인데 KIA 타이거즈의 선동열 감독 재계약 발표가 나왔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결과보다 선 감독에 대한 논란이 더 뜨거웠다. 3년 동안 4강 진출에 실패한 선 감독의 재계약을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될 뿐이었다.
여기에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 차례의 우천 순연은 치명타였다. 21일에는 우천취소를 예감이나 한 듯,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가 각각 김용희, 김태형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22일에 속개된 준플레이오프 2차전. 감독 선임 후폭풍은 지나갔지만, 마산구장을 찾은 관중은 8094명에 그쳤다. 1차전 1만3000석 매진의 62%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5차전부터 이어진 포스트시즌 연속 매진 기록도 13경기에서 중단됐다. 두 차례의 우천 연기, 그리고 평일 경기라는 위험요소가 있었지만, 포스트시즌이라는 이슈가 부각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준플레이오프 남은 2경기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차전은 2만5000석이 매진됐지만, 토요일에 열린 4차전은 오히려 매진에 실패했다. 매진에 가까운 2만3728명이 잠실구장을 찾았지만, 포스트시즌 주말 경기가 매진에 실패한 건 분명 이례적인 일이었다.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KIA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에 앞서 KIA 선동열 감독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잠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10.09.
4차전에 열린 25일에는 재신임을 받았던 선동열 감독이 6일만에 자진사퇴를 발표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경기가 한창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야구장을 찾은 팬들조차 경기는 뒷전이고, 스마트폰으로 선동열 감독 기사를 검색하느라 바빴다.
경기가 한창일 때 선 감독이 모든 이슈를 가져갔다면, 경기가 끝난 뒤엔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 선임 소식이 이어졌다. LG의 플레이오프 진출보다 선동열 감독의 퇴진과 김성근 감독의 복귀가 이슈가 된 하루였다.
물론 정규시즌을 마치고, 4강 진출에 실패한 팀들의 새로운 감독 선임은 일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전까지 모두들 가을잔치에 대한 '예의'를 지켜왔다. 경기가 없는 날 새 감독을 발표해 포스트시즌 진출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기본적인 예의조차 사라졌다. 물론 아시안게임 기간 정규시즌 중단으로 시즌 종료 시점이 늦춰졌고, 곧바로 마무리훈련에 들어가야 하는 구단 일정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그래도 최소한 경기가 있는 날은 피했어야 했다. '보안 유지'가 되지 않아 발표 시점을 조율하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이는 구단 측의 노력에 달린 문제다.
한화 이글스가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을 제10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스포츠조선 DB
일찌감치 새 감독을 선임한 두 구단은 곧바로 취임식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두산이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22일 잠실구장에서 김태형 감독의 취임식을 열었고, SK는 이동일인 23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이례적으로 이만수 전임 감독과 김용희 신임 감독의 이·취임식을 가졌다.
한화도 오는 28일 대전구장에서 김성근 감독의 취임식과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번에도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리는 날이다.
이제 넥센 히어로즈와 LG는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잔치를 벌인다. '엘넥라시코'라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팀의 맞대결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여전히 잔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르지 못했다. 지난 일주일간 감독 시장에 밀렸던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도 위험하기만 하다. 다시 새 감독을 찾아야 하는 KIA나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롯데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