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KIA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2사 2루서 KIA 김주형이 좌월 2점 홈런을 친 후 덕아웃에서 선발투수 김진우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9.11.
"진통제에 의지할 수는 없죠."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던 10월 말. KIA 타이거즈 우완투수 김진우는 2015시즌 운명을 건 도전을 했다.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시즌 막판 통증을 유발했던 원인이 팔꿈치의 뼛조각 때문이라는 진단에 따라 미세 관절경으로 이걸 제거한 것이다.
대단히 큰 수술은 아니다. 수술 후 사흘 정도 입원하면 곧바로 퇴원할 수 있고, 또 재활 기간도 3개월 정도로 짧다. 김진우도 내년 시즌에 보다 좋은 몸상태로 나서기 위해 이 수술을 받았다. 내년시즌 개막까지 5개월 이상 남은 시점이다. 수술 후 재활을 마치고, 실전 등판 준비까지 해낼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쉽게 볼 수 만은 없는 수술이다. 투수는 민감한 존재들이다. 손톱이 살짝 웃자라기만 해도 제구과 구위에 영향을 받는다. 하물며 김진우는 몸에 칼을 대고, 근육 사이를 비집어 뼛조각을 긁어낸 수술을 받았다. 다시 이전처럼 강속구를 던지려면 신중하게 재활을 해야 한다. 그래서 김진우는 조용히 서울에 아내와 둘이서만 올라와 수술을 받았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몸을 만들어 내년 시즌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했기 때문.
이번 수술에 대한 김진우의 각오와 자세는 마치 무사와 같다. 어쩌면 이 수술로 인해 구위가 오히려 안좋아질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한 채 비장하게 임했다. 또 수술 후에는 일부러 간호팀에 진통제 주사를 가급적 안 맞겠다는 부탁까지 했다. "인대접합 수술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수술을 받고 난 후에 꽤 통증이 크거든요. 그래서 보통 수술 다음 날 진통제 주사를 3~4번 정도 맞는대요. 근데 저는 한 번만 놔달라고 했어요."
김진우는 왜 진통제를 거부했을까. 나름의 명확한 이유가 있다. 재활 과정에서 따라올 고통을 생각해 미리부터 '고통에 친숙해지기' 위해서다. 김진우는 "나중에 재활을 시작하면 분명히 수술 부위가 아파올거라더군요. 그런데 그걸 이겨내야 재활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아픈 느낌에 익숙해지려고 진통제를 조금만 달라고 한 거였어요"라고 밝혔다.
김진우는 알고 있다. 2015시즌 자신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하는지. 에이스 양현종이 해외무대로 가게된다고 가정하면, 내년 KIA 마운드는 김진우가 이끌어가야 한다. 이런 책임감을 마음에 새기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것이다.
반드시 재활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더 좋은 몸상태로 내년 시즌, 팀의 운명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담아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의 아픔과 재활 과정에서의 고통을 흔쾌히 받아들이기 위해서 진통제도 마다했다. 이는 올 시즌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큰 탓이다. 김진우는 캠프를 완벽에 가깝게 치러냈다. "15승도 가능하다"는 말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들었다.
하지만 시범경기 때 타구에 맞아 다리를 다치면서 모든 구상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부상 여파로 몸의 밸런스가 완전히 깨지는 바람에 결국 올해 3승4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5.96에 그쳤다. 김진우는 이게 못내 억울하고 아쉽다. "내년에는 정말 모든 것을 걸고, 마음껏 던져보고 싶어요. 수술도 잘 됐다고 하니까 재활까지 잘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김진우의 각오는 명검처럼 날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