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 해설위원(오른쪽). 가고시마(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나 200승 투수야. 그러니 5분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야구 각 팀들의 스프링캠프 현장이 뜨겁습니다. 좋은 팀 성적을 위해, 그리고 선수 개인 경쟁도 매우 중요하기에 열띤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죠.
또 하나 뜨거운 것이 바로 취재 열기입니다. 특히, 프로야구 중계방송사들이 스프링캠프 현장 소식과 인터뷰를 담기 위해 전지훈련장을 찾습니다.
1군 막내 구단 kt 위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kt는 25일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구장에서 팀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아무래도 연습경기를 할 때 보다는 자체 훈련을 할 때가 인터뷰 등이 용이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날 3개 방송사 해설위원 사단이 모두 모였습니다.
해설위원진들의 면면은 올스타급이었습니다. MBC 스포츠+는 이종범 정민철 신인 해설위원이 출동했고요, KBS N 스포츠 역시 송진우 조성환 안치용 위원이 모두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SBS 스포츠는 관록의 이순철 위원을 필두로 안경현 이종열 위원이 날카롭게 훈련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각 방송사별로 현장에서 사단이 꾸려진 것인데요, 프로 무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인만큼 모두 친분이 있지만 같은 소속 위원들과 뭉쳐다니는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어떤 인터뷰를 하고, 어떤 컨셉트를 잡을지 열띤 토의를 하더군요. 조성환 위원은 "송진우 위원이 투수, 안치용 위원이 타격, 내가 수비 등을 나눠 보는 식"이라고 설명을 해주며 "우리 할 일이 너무 바빠 다른 방송사 위원들이 뭘 하는지 신경쓸 새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인터뷰를 위한 선수 섭외 경쟁도 치열합니다. 보통은 현장에 있는 구단 홍보팀 관계자가 조율을 해주지만 야구계 대선배의 힘으로 즉석 섭외를 하는 일도 발생하죠. 송진우 위원이 세광고 까마득한 후배 김사연을 불렀습니다. 김사연은 점심을 먹고 훈련에 들어가려는 찰나였죠. 김사연이 어쩔줄 몰라하자 송 위원은 "나 200승 투수야. 그러니까 5분만"이라고 말해 큰 폭소탄을 날렸습니다. 전설의 200승 투수가 자신의 대기록을 인터뷰 섭외에 활용한 것이죠. 송 위원은 "내가 고개 한 번 숙이면 인터뷰 할 수 있다"라고 말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이에 김사연은 카메라에 대고 "송진우 선배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화답했습니다.
전설의 스타플레이어들이지만 해설위원으로는 초보입니다. 야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지만 수첩에 꼼꼼히 메모를 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이들의 활약이 야구판의 새로운 볼거리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