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한 심경이나, 지도자로서 느낌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선 오랜 시간 한 선수의 얘기만 나왔다. LG 트윈스 투수코치 류택현(44)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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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의 신'답게 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1군 무대에 섰다. 당당히 계투진의 한 축으로 뛰었다. 지난해까지 뛰며 통산 901경기를 소화했다. 94년 OB 베어스(현 두산)에서 데뷔해 2011년을 제외하고 20시즌 동안 901경기서 15승29패 6세이브 122홀드 평균자책점 4.41.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숫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직 코치도 아닌, 노장 선수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임지섭의 지도는 2군 코치들이 아닌, 류택현이 전담했다. 그리고 그도 양 감독에게 과감한 요청을 했다. 임지섭이 2이닝 9실점하며 눈물을 흘린 지난해 5월 28일 화성 히어로즈전 이후 양상문 감독에게 "임지섭을 경기에서 빼달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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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도 있다. 임지섭은 던지는 팔만 그대로고, 모든 것을 뜯어고쳤다. 그런데 그처럼 좋은 하드웨어를 가졌는데, 팔굽혀펴기도 잘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자신의 몸을 이기게 하기 위해 팔굽혀펴기를 시켰는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류택현은 "팔굽혀펴기도 못하는데 저런 공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이 선수가 가진 가능성에 대해 정말 놀랐다"고 했다.
임지섭은 파이어볼러다. 류택현과는 정반대다. 하지만 제구가 안되는 150㎞짜리 공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와 류택현의 만남은 필연이었을 지도 모른다.
1년간 '개조 작업'을 거치면서 임지섭은 상당히 좋아졌다. 그런데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라이브피칭을 하는데 또다시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는 증상이 나왔다. 은퇴가 결정되고 직함이 바뀐 류택현 코치는 "공 32개를 던지는데 스트라이크는 고작 4개였다. 그래서 일단 일보 후퇴한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빨리 감을 찾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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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코치는 임지섭에게 "넌 프로야구를 씹어먹는 투수가 될 것이다"는 말을 해왔다. 그리고 임지섭은 인터뷰 때 "씹어먹겠다"는 말을 몇 번 꺼냈다. 이처럼 능글능글한 임지섭을 보며 류택현은 처음으로 지도자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임지섭 프로젝트'는 내년까지 이어진다. 류 코치는 "올해 1군에서 잘 던지고, 내년에는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으면 한다. 그동안 성공한 에이스들을 봐라. 김광현 윤석민도 모두 3년 안에 에이스로 자리했다"며 임지섭이 일을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화 내내 그는 자신의 얘기는 거의 꺼내지 않았다. 선수 류택현보다 코치 류택현이 어울리는 시기가 온 것 같았다. 그의 첫 작품, 임지섭은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