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설레는 친정 사직 방문 그 막전막후

기사입력 2015-04-05 17:55


5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에 앞서 롯데 강민호가 두산 장원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05.

사직구장에서는 입을 일이 없었던 짙은색의 원정 유니폼. 하지만 분명 2004년부터 쉼없이 올라온 친숙한 마운드였다. 그렇게 두산 베어스 장원준은 어색함 속에, 친숙함 속에 부산 사직구장에 섰다. 그리고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팬들은 아니지만, 경기장을 찾은 부산팬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구장 이쪽저쪽 빠짐없이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였다. 부산팬들은 따뜻한 박수로 그를 격려했다. FA 84억원 대박을 터뜨린 장원준이 금의환향했다.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등판, 친정팀을 상대했다. 아쉬움이 남을 법한 투구. 5이닝을 간신히 채웠고 안타와 볼넷을 각각 5개씩 내주며 4실점했다.

폭풍전야가 웬 말? 화기애애한 분위기

보통 한 경기 선발투수들은 경기장에 천천히 나와 몸을 푼다. 그리고 웬만한 경우 상대팀 선수들과 마주치지 않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장원준의 케이스는 특별했다. 두산 이적 후 첫 친정 방문. 선발 등판도 물룬 중요한 일이었지만 시합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옛 동료들과 해후를 하는 일도 중요했다. 장원준은 사직구장에 도착하자마자 롯데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경기 전, 몸을 푸는데 필요한 장비가 없어 1루쪽 롯데 덕아웃을 살짝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롯데 투수 이명우가 "왜 자꾸 1루쪽으로 오노"라는 걸쭉한 사투리를 쓰며 반가운 마음에 장원준을 놀렸다. 물론 "서로 잘하자"라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많은 팬들이 기대한 경기. 팬 뿐 아니라 선수들도 이날 경기가 궁금했다. 특히, 롯데에서 두산으로 FA 이적을 한 특별(?) 선배 홍성흔은 장원준을 향해 "나는 처음 부산에 왔을 때 욕을 많이 먹었다. 너는 어떨지 기대된다. 나도 궁금해 죽겠다"라며 농담 섞인 응원을 해주기도 했다.

흔들린 제구, 절친 강민호에 당하다.

친정에서 정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지나치게 긴장한 탓일까. 국내 최고의 좌완 컨트롤러라 인정받는 장원준의 제구가 흔들렸다. 1회부터 난조를 보였다. 김민하에게 2루타를 맞고 최준석에세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황재균-손아섭-김대우 1-3-5번 타자들을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지만, 제구 불안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5이닝동안 볼넷 5개를 내줬다. 투구수는 무려 98개. 계속해서 풀카운트 승부가 이어졌다. 모 아니면 도였다. 상대타자가 체인지업에 속으면 시원한 헛스윙 삼진, 아니면 볼넷이었다.

특히, 강민호와의 승부가 인상적이었다. 장원준은 두산 입단식 당시 강민호를 상대하면 처음 직구를 던지겠다고 했다. 2회 약속대로 직구를 던졌다. 다만, 몸쪽 많이 낮은 볼이라 강민호가 칠 수 없었다. 결국 직구 승부 공약은 지켜졌다. 풀카운트 상황서 장원준은 직구를 힘차게 던졌다. 하지만 한가운데 높은 곳으로 몰렸다. 강민호가 이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동갑내기 친구에게 시즌 첫 홈런을 선물했다. 강민호는 기세를 타 7회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추가했다. 경기 전, 가장 오랜 시간 대회를 나눈 두 절친이었다.


"코너워크에 너무 신경썼다."

결국, 이날 경기 가장 아쉬울 사람은 장원준이어싸.

장원준은 경기 후 "컨디션은 평상시와 같았다"라고 했다. 문제는 지나치게 잘던지려 의식한 점. 장원준은 "코너워크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투구수가 많아졌다. 그래서 많은 이닝을 책임지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팀이 경기에 져서 더욱 아쉽다"라고 했다.

개인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 장원준의 사직 방문 소감이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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