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후 홈 8연패. kt 위즈 구단에는 마치 8년과 같이 긴 고통의 시간이었다. 꼴찌에 처져있는 것을 떠나, 홈구장을 찾아주는 수원 홈팬들에게 어떻게라도 이기는 모습을 선물하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프로야구 10번째 막내구단 kt가 또 하나의 역사를 써내렸다. 지난 11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창단 첫 승을 거둔 뒤 11일이 지나 홈 첫 승을 따냈다. kt는 2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됐다.
1회 절묘한 선취득점이 선수단 분위기를 업시켰다. 2사 1, 3루 찬스에서 1루주자 김상현이 도루를 시도했다. SK 포수 정상호가 2루 송구를 하는 사이 발빠른 3루주자 김민혁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이 때 2루로 뛰던 김상현이 재빨리 1루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김민혁이 홈을 밟을 때까지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갔다. 간발의 차로 김민혁이 먼저 홈을 밟고 김상현이 태그아웃됐다. 이중도루 실패로 인한 득점.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지만, 선취점에 대한 kt 선수단의 열망이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했다.
kt 선수들은 연패가 길어지자 경기 초중반 점수차가 조금만 벌어지면 경기를 포기해버리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승리를 위해 똘똘 뭉친 모습이 확실히 드러났다.
kt 보물 장시환, 또 역사의 중심에 섰다
창단 첫 승, 그리고 첫 연승과 위닝시리즈 순간에는 장시환이 있었다. 11일 넥센전 6대4 첫 승리 당시 장시환이 선발 옥스프링에 이어 마지막 투수 이성민 앞에서 1⅓이닝을 버텨줬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또 12일 2연승 순간에는 마지막 투수로 5대3 승리를 지켜 창단 첫 세이브를 기록하는 영광을 누렸다.
베테랑 마무리 김사율이 난조를 보이며 2군에 내려가있는 상황. 현재 kt 불펜 최고의 믿을맨은 장시환이다. 조범현 감독은 홈 연패를 끊어내기 위해 엄청난 승부수를 던졌다. 선발 정대현이 2-0이던 4회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흔들리자 지체없이 장시환을 투입했다. 여기서 실점을 하면 이날 경기도 어렵다고 판단하고 남은 이닝 관계없이 가장 강한 투수 장시환을 등판시킨 것이다.
장시환은 다시 한 번 조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4회 위기를 막아낸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예 남은 경기 전체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점수차가 조금 더 벌어졌다면 모를까, 2-0 상황이 이어지는데 장시환 외에 내보낼 수 있는 투수가 없었다. 그렇게 장시환은 5⅓이닝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구단 첫 세이브 투수 영광에 이어 위즈파크 첫 홈 승리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