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KIA의 2015 KBO 리그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롯데 손아섭이 2루수 앞 내야안타를 치고 1루로 전력질주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5.19/
부진하다고 난리였고, 선수 본인도 슬럼프라고 힘들어했다. 그런데 타율이 3할이다. 역시 클래스의 품격이 다르다. 롯데 자이언츠 간판타자 손아섭 얘기다.
손아섭이 시즌 첫 4안타 경기를 했다. 손아섭은 19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4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6대3 역전승을 이끌었다. 여러 의미가 담긴 활약. 먼저 올시즌 한 경기 자신의 최다안타 기록이었다. 롯데 타선이 KIA 선발 스틴슨의 호투에 막혀 답답한 경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스틴슨을 두들기며 추격 분위기를 만들었다. 만약, 손아섭마저 침묵하며 스틴슨의 기를 살려줬다면 경기 후반 역전승의 발판은 마련되지 못했을 것이다. 방망이 뿐 아니라 적극적인 도루(2도루)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다. 햄스트링 부상이 있지만 투혼을 발휘했다. 7회 동점 과정, 8회 역전 과정 찬스도 모두 손아섭이 만들었다. 손아섭 덕에 롯데는 KIA를 잡고 21승20패가 되며 5할 고지를 넘어섰다.
사실 이날 경기 전 손아섭은 고민을 토로했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말을 아끼겠습니다"라고 했다. 평소 성적에 관계 없이 항상 밝은 모습을 보이던 손아섭이지만 이날은 약간의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KIA전을 앞두고 그의 타율은 2할7푼9리. 그는 "내가 못하고 있다는 건 인정하는데 지금 타율이 그렇게 못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시즌 초반 기복을 보이며 2할 초중반대 타율에서 허덕였다. 그나마 최근 타격감을 끌어올려 2할8푼 근처까지 갔었다. 2할8푼. 절대 기록하기 힘든 타율이다. 그런데 3할5푼은 우습다는 듯 방망이를 돌렸던 손아섭이기에 주변에서는 "슬럼프다", "부진하다"는 얘기를 꺼냈고 이는 손아섭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안겼다.
그래서 손아섭은 KIA전 7번 타순으로 내려갔다. 3년만에 있는 일이었다. 사실 손아섭은 경기 전 김민호 수석코치에게 정중한 요청을 했다. 하위 타순에서 부담을 조금 줄이고 편하게 방망이를 돌려보고 싶다고 했다. 이종운 감독이 고심 끝에 그 요청을 받아들였고, 손아섭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그렇게 4안타 경기가 나왔다. 배팅 기술이야 이제 누가 뭐라 할 수도 없는 수준에 오른 타자다. 결국 멘탈 싸움이었다. 자신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선수, 그리고 그 선수가 최고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코칭스태프의 합작품이었다.
부진하다고 지적하고, 선수 본인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는데 벌써 2할9푼7리다. 3할이 코 앞이다. 2할 3푼 치던 손아섭. 부진하다고 욕을 먹었는데 어느새 3할이다. 확실히 수준이 다른 타자다.
그런데 손아섭은 경기 후 "이 성적에 경기를 출전하는게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3할 타자가 이런 얘기를 하면 서운한 다른 선수들이 많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