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김태균'-'4번 최진행'의 치명적 시너지효과
요즘 한화 이글스 4번 타자의 주인은 바뀌었다. '붙박이'같았던 김태균(33)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장타력을 회복한 최진행(30)이 나선다. 하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파워 서열 구도의 이동이 아니다.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김태균이 최근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으로 인해 휴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 김태균의 상태가 완전해지면 다시 '4번의 주인'으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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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장면도 있었다. 1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였다. 이날도 선발 엔트리에서 제외된 김태균은 3-7로 뒤지던 9회초 1사 2, 3루 때 대타로 등장했다. 3루측 한화 응원석의 함성이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김태균은 그 함성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일을 냈다. 볼카운트 1S에서 2구째를 받아쳐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것. 2루타 코스였지만, 허벅지 상태를 우려해 1루까지만 뛰었다.
비록 이후 SK가 대타 김회성과 8번타자 허도환을 연속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끝냈지만, 김태균의 한방은 분명 뼈아픈 일격이었다. 특히 그 적시타를 얻어맞은 인물이 팀의 마무리 윤길현이었기에 꽤 아프다. 이기고도 뭔가 찜찜했다. 반대로 한화 입장에서는 비록 졌지만, 그래도 팀의 간판 선수의 한방으로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울 수 있었다. 동시에 다음 경기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게 됐다. 흔히 야구인들이 칭하는 '져도 잘 진 경기'로 마무리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김태균이 대타로 나오면서 최진행 역시 분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있다. 김태균은 대타로서 치명적인 한방을 날리고, 최진행은 4번 타순에서 장타력을 회복했다. 기록을 보자. 김태균의 마지막 선발 출전이었던 지난 10일 이후의 기록이다. 일단 김태균은 대타 타율 4할(6타석 5타수 2안타-1홈런)에 장타율 10할, 출루율 5할을 기록중이다. 더 대단한 것은 타점 생산능력. 6번 타석에 들어섰는데 무려 6개의 타점을 쓸어담았다. '김태균 등장=타점 획득'의 공식이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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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력은 홈런의 증가에 있다. 김태균이 빠진 뒤 4번 자리에서 홈런을 무려 3개(12일 대구 삼성전 4회 1점, 14일 대구 삼성전 1회 3점, 19일 인천 SK전 2회 1점)나 쓸어담았다. 그 덕분에 타점도 7개를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1타점씩 꼬박 달성한 셈이다. 김태균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타석에서 더 큰 집중력을 발휘하게 한 결과다.
물론 한화의 가장 이상적인 타순은 김태균이 다시 4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컨디션이 안좋은 상태에서 무리해서까지 출전을 감행할 이유는 없다. 사실 김태균의 허벅지 상태는 많이 호전됐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부상이 악화될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 100% 회복 이전까지는 김태균의 선발 출격을 말리고 있다. '대체 4번' 최진행의 힘을 믿는 동시에 '대타 김태균'의 치명적인 힘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당분간 김태균이 쉬고 있다고 해서 한화의 공격력 약화를 우려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