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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김석류 전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야구장의 '금녀(禁女)'가 깨진지 햇수로 9년이 됐다. 매년 더 뜨겁게 타오르는 야구 열기 속에, 여성 아나운서들의 청량한 인터뷰는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야구중계 방송사가 5개로 늘어난 올해, 스포츠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 여성 아나운서들의 수는 20명 가량을 헤아리게 됐다.
"대학 때도 일주일에 서너 번씩 야구장에 왔는걸요. 그때는 인터뷰하는 모습 보면서 '저 자리에 내가 있어야하는데,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하면서 질투에 활활 불탔던 기억이 나요. 그때랑 비교하면 지금은 완전 행복한 거죠. 어린이날에 지상파 중계 때문에 집에서 쉬었는데, 야구를 집에서 보니까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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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현장에서 매일 숨쉬다보면 야구 지식이 막 흡수돼요. 알면 알수록 더 빠져드는 게 야구거든요. 야구 기사나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도 거의 다 챙겨봐요. 그 중에 도움되는 글, 재미있는 글도 있거든요. 종종 기분 나쁜 글들을 보면 처음엔 속상했는데, 이젠 멘탈이 진짜 강해졌어요."
이제 야구 아나운서 3년차에 접어든 연상은 아나운서는 편안하고 친구 같은 인터뷰를 추구한다. 붙임성 좋은 성격을 십분 활용해 평소부터 친근감을 쌓고, 막상 인터뷰 때는 야구팬이 아닌 자신과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자연스러운 인터뷰를 이끌어낸다. 인터뷰 질문은 모두 스스로 짠다.
"야구 인터뷰는 순발력이 중요해요. 주인공도, 물어볼 내용도 확확 바뀌거든요. 그게 가장 어렵죠.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고 싶어요. 경기 포인트를 짚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말 솔직한 마음을 듣고 싶잖아요. 바짝 긴장했던 선수가 제 말 몇 마디에 딱 긴장이 풀렸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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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봉 위원님은 오래, 또 자주 본 사이라서 절 제일 편하게 대해주시는 분이죠. 반면에 김진욱 위원님은 진짜 신사 중의 신사예요. 깍듯하시면서도 해설은 날카롭죠. 두 분이 야구를 보시는 관점이 좀 달라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저는 더 재미있더라구요.
현실적으로 스포츠 아나운서의 수명은 길지 않다. 선배-동기 아나운서들은 방송인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많다. 20대 중반을 넘어선 연상은 아나운서 또한 고민이 많은 시기다. 그녀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여자라서 캐스터와는 맞지 않는 것 같고…그래도 야구 현장에 오래도록 남는 게 꿈이에요. 참, 올해 안에 '연상은 정말 인터뷰 잘한다'라는 평가를 꼭 받고 싶어요."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