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김경문 감독의 변화, 독해진 NC 야구

기사입력 2015-06-02 09:49


달라졌다, 아니면 독해졌다고 표현해야 할까. NC 다이노스가 수장인 김경문 감독의 변화로 2015 KBO리그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NC는 5월에만 20승(1무5패)을 올리며 역대 월간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5월 1일 9위로 출발한 순위도, 5월을 마감할 때는 1위였다. 시즌 전만 해도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고, 오히려 신생팀 특전이었던 외국인 선수 1명 추가 보유 혜택이 사라져 NC의 시즌 전망은 밝지 않았다.


2015 KBO리그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28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전 NC 김경문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마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5.28/
전문가들도 지난해 1군 진입 2년만에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를 '다크호스' 이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막을 앞두고 원종현의 투병으로 인한 이탈, 개막 이후 마무리 김진성의 종아리 근육 파열 등 악재가 이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NC는 이 모든 예상을 비웃듯, 5월에 무섭게 치고 올라갔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 순위는 의미가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현재 벌어둔 승수가 장기 레이스에서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4'로 시작한 5월을 '+11'로 끝낸 건 크다.

NC의 상승세 이면에는 김경문 감독의 변화가 있다. 김 감독은 부진한 선수도 끝까지 기용하는 '믿음의 야구'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표팀에 전승으로 금메달을 안긴 사령탑으로 유명하다. 마운드 운영에 있어서도 '선이 굵은 야구'를 추구해왔다.

특히 지난해까지 NC는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적었기에 외국인 선수들을 앞세운 안정된 선발진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맡겨왔다. 필승조가 구축됐지만, 맡기는 이닝을 최소화시켰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선발투수가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가차 없이 교체한다.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NC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1사 3루서 LG 한나한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NC 찰리가 교체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5.13.
NC가 치른 50경기 중 선발투수의 5회 이전 강판은 18차례다. 선발투수의 투구 이닝을 봐도 한화(218⅔이닝)에 이어 kt(244⅓)와 함께 최소 2위다. kt가 치른 2경기를 더 치러 경기당 평균 최소 3위다.

지난해 NC의 선발투수들은 692⅓이닝을 소화했다. 삼성(737⅓이닝)에 이어 최대 2위였다. 한 시즌만에 선발야구에서 과감히 '퀵후크'를 시도하는 촘촘한 불펜야구로 전환한 것이다.


원투펀치 찰리 이재학의 부진도 있지만, 김 감독은 젊은 투수들에게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발 준비를 시키면서 시즌을 폭넓게 대비했다. 선발진에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이태양과 불혹의 나이에 부활한 손민한, 또다른 베테랑 박명환 등을 발굴할 수 있었다. 또한 임창민 최금강 임정호 등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필승계투조에 안착했다.

김 감독은 "선발을 빨리 교체하고 승부수를 던져 잡은 경기가 몇 경기 있다"고 말했다. 퀵후크로 인해 예전이었으면 놓칠 경기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아쉬움이 크다. "우리 팀 투수들이 경험이 부족해 경기에 많이 나가야 한다. 싸워봐야 이길 수 있다. 그래서 젊은 투수들을 최대한 많이 내보내려고 한다"고 말한다.

반면 김 감독 특유의 스타일도 여전하다. 이름값을 떠나, 열심히 준비하고 절박함을 가진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그렇게 출전 기회를 잡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대표적인 선수가 내야 멀티 백업요원에서 당당히 주전 3루수로 성장한 지석훈이다.

월간 최다승을 따낸 31일 광주 KIA전에서 구원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데뷔전서 첫 승을 따낸 박진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김 감독은 2군 투수들에게도 꾸준히 1군 기회를 주려 하고 있다. 변화가 감지되지만, 특유의 '화수분 야구'는 여전히 김 감독과 NC를 지탱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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