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해봤다. 폼 교정도 시도했고, 면담도 했다. 혹여나 싶어 호흡을 맞추는 포수도 세 번이나 바꿨다. 하지만 결과는 늘 비슷하다. 한화 이글스 선발투수 송은범은 여전히 요지부동,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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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과거 SK 와이번스에서 송은범을 겪어본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성적이다. 구위가 떨어졌거나 투구폼에 이상이 있다면 수정을 할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아니기 때문. 그냥 마운드 위에서 허무하게 무너지곤 한다. 김 감독은 이런 문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려 3명의 포수를 번갈아가며 송은범의 '짝꿍'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지난 5월30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대타 이성열의 역전 3점포로 이긴 뒤에도 이례적으로 "최고 수훈선수는 허도환"이라며 볼배합과 블로킹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31일 송은범 선발 경기에 일부러 허도환을 선발 투입했다. 부진의 늪에서 헤매는 송은범이 새로운 포수와 만나면 좀더 나은 모습을 보일까하는 기대감의 발로다. 그러나 이날 역시 실망스러웠다. 송은범은 4이닝 동안 4실점하고 또 패전투수가 됐다.
결국 문제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송은범의 내부적인 부분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한편에서는 독특한 시각으로 원인을 분석하기도 한다. 송은범이 스스로 흔들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SK 시절 자신을 잘 리드해 준 '포수 박경완'의 스타일을 잊지 못해서라는 분석. SK 시절부터 송은범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해 온 A코치의 의견이다.
그는 "SK 시절에는 그냥 포수가 달라는대로 던지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살짝 빠지는 공은 스트라이크로 만들어주고, 원바운드 볼은 막아줬다. 뛰는 주자는 잡아버렸다. 송은범의 입장에서 박경완은 최고의 포수였을 것이다. 실제로도 KBO리그 레전드급 포수 아닌가. 그때의 편안함과 안도감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않나 싶다"고 분석하고 있다.
꽤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워낙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포수에 길들여지다보니 그에 못 미치는 포수들이 앞에서면 불안감에 빠질 수 있다. 송은범이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한 시점인 2012년은 박경완이 1군 무대에서 멀어진 때다. 게다가 2013년 KIA로 이적한 뒤 송은범은 완전히 부진의 늪에 빠졌다. 운동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니다. 2014년과 2015년 스프링캠프 때의 송은범은 훈련에 앞장서는 선수였다. 그런면에서 보면 송은범의 부진 탈출 시작은 '박경완 지우기'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듯 하다. A코치는 "자기 스스로를 믿고, 동료를 믿어야 좋은 구위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송은범의 부활을 응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