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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KIA 타이거즈 이종범은 "만약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통산 몇 개의 도루를 했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 "98년 일본에 갈 당시 한 시즌 평균 60개를 했으니까 일본에 있던 3년 6개월을 계산하면 200개 이상을 했을 것이니 지금은 700개는 넘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한 번의 가정을 해본다면, 이승엽도 마찬가지다. 지난 199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이승엽은 2003년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을 친 것을 비롯해 통산 324개의 홈런을 때린 뒤 일본에 진출했다. 지바 롯데, 요미우리, 오릭스를 거치면서 8년 동안 통산 159개의 아치를 그린 그는 2012년 국내로 복귀해 올시즌까지 4년 동안 76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한국 프로야구 첫 400홈런의 금자탑.
만일 이승엽이 일본에 가지 않고 국내 무대에 그대로 남았다면 몇 개의 홈런을 쳤을까. 이종범의 '계산법'대로 한다면 일본 진출 이전 9시즌 평균 36개의 홈런을 때렸으니, 8년을 곱하면 288홈런을 친 셈이 된다. 즉 1995년부터 2003년까지 324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288개, 2012년부터 올시즌까지 76개의 홈런을 때렸다고 보면 통산 688개라는 수치가 나온다. 같은 기간 실제로 친 559개보다 129개가 많은 숫자다. 물론 '건강한' 이승엽이라는 전제 하의 계산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홈런왕의 가치가 반드시 숫자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일본에서 159홈런을 쳤는데, 국내에 남았다면 적어도 200홈런은 쳤을 것이니 600홈런에 도전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