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을 NC는 시즌 최악의 날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5연패를 당한 뒤 LG에 1승을 거두고 또다시 2연패에 빠진 암흑 기였다. 마무리 김진성(30)을 올릴 기회가 너무 없어 컨디션 점검차 내보냈는데 볼 4개를 던진 김진성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종아리 근육파열. 팀도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마무리마저 한달 이상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난 이가 임창민(30)이었다. 임창민은 급히 '땜질 마무리'로 나섰지만 1승11세이브(구원 공동 3위)로 맹활약을 했다. 그사이 NC는 파죽의 8연승을 내달리며 선두까지 치고 올라온 바 있다. 임창민은 NC가 5월 한달간 20승으로 역대 월간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우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달초 김진성이 복귀했다. 상황은 바뀌었다. NC코칭스태프는 역할을 잘 수행해주고 있는 임창민을 곧바로 바꿀 생각은 없는 듯 하다. 김진성에게 적응시간도 줘야 한다. 김진성은 중간계투로 나와 4경기를 던졌다. 복귀 첫 등판인 지난 2일 경기서 1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무실점 역투를 했다. 김진성은 "벤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마무리 욕심은 난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비쳤다. 이제 NC는 즐거운 고민이 가능하다. 임창민과 김진성, 두 동갑내기의 선의의 경쟁으로 불펜진 걱정을 상당부분 덜 수 있다.
◇6일 오후 창원시 마산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삼성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NC 임창민.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6.06.
타고투저는 최근 몇 년간 트렌드에서 공식으로 격상된 느낌이다. 타자에 비해 좋은 투수자원, 특히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불펜진은 10개 구단 공히 턱없이 부족하다. 7회 이후 3~4점차로 점수가 벌어지면 리드한 팀이나 리드당한 팀이나 어느 정도 다음경기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매일 대역전승과 대역전패 희비가 교차된다. 지고 있는 팀도 필승조를 내놓기도 하고, 이기고 있는 팀도 덩달아 불안해져 셋업맨의 등판시기를 8회가 아닌 7회, 마무리도 9회가 아닌 8회에 내보낸다. 최근 들어 구위만 놓고보면 마무리보다 강한 셋업맨들이 많다. 삼성 안지만, LG 이동현, SK 정우람, 넥센 조상우 등이 대표적이다. 셋업맨과 마무리를 하나로 묶어 좀더 유연하게 불펜운용을 하는 팀이 늘고 있다. 지난달 염경엽 넥센 감독은 "손승락은 까면(비난하면) 안된다. 손승락은 조상우와 김영민이 성장할 수 있는 울타리같은 존재"라고 했다. 셋업맨이 주자를 두고 마운드를 내려오더라도 마무리가 무실점으로 막아주면 셋업맨의 기록관리와 함께 페이스 다운을 막는다는 얘기다. 최근 각팀의 불펜진 피로도가 가중되면서 전통적인 불펜운용 스타일은 무너진 지 오래다. 마무리에게 리드상황을 안전하게 넘겨주고 손을 털어도 되는 '밥상차리는 셋업맨'이라는 개념도 제한적으로 통용된다. 6회쯤 셋업맨과 마무리가 동시에 몸을 푸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셋업맨과 마무리는 한 세트다.
◇지난 5일 삼성과 NC의 경기. NC 김진성이 역투하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6.05.
이런 면에서 김진성의 합류는 NC 불펜진에는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구위나 스타일만 놓고보면 강속구를 뿌려대는 김진성이 마무리에 더 적합하다. 하지만 임창민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오고 있어 NC벤치는 구태여 이를 흔들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김진성의 적응기간이 끝나면 얼마든지 유동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하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대처할 수 있는 벤치 작전이 훨씬 많아진다는 얘기다. '1+1=2'가 아닌 3도 되고, 4도 될 수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