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7일 목동 넥센과의 경기전 두산의 덕아웃은 확실히 위기감이 있었다.
즉, 연패를 끊을 수 있었던 뼈아픈 역전패에 대한 후유증과 함께 자칫 연패가 길어질 경우 중하위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중압감이 두산 덕아웃을 휘감고 있었다.
두산 벤치는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믿을 만한 계투진이 부족한 두산 입장에서 1회부터 선발이 빠진다는 것은 '재앙'을 의미했다. 급격히 분위기는 넥센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급하게 들어온 이원재가 임시방편으로 잘 막았다. 1⅔이닝 무안타 무실점.(252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두산 입장에서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이때 두산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가 폭발했다. 2-0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3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스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김현수와 민병헌의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 승부처에서 터뜨린 귀중한 홈런이었다.
로메로는 6-1로 앞선 7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매우 중요한 순간 나온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었다.
두산은 타선이 강하다. 상, 하위 타선이 고르기 때문에 '빅이닝'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유일한 약점 중 하나는 클린업 트리오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잭 루츠와 홍성흔의 부진으로 인해 상대에 위압감을 주고, 타선에 중심을 잡을 4번 타자가 없다는 것이 유일한 아킬레스건이었다. 로메로는 이날 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완벽히 메웠다. 경기 전 넥센 염경엽 감독은 "로메로는 선구안이 좋고 컨택트가 뛰어난 3할을 칠 수 있는 타자"라고 했다.
그런데 이날 클러치 상황에서 장타를 가동했다. 게다가 그의 배트는 아직까지 리그 공인을 받지 못했다. 결국 팀동료들이 모아준 8자루 중 김현수의 배트를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상황 속에서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인 로메로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외인 타자다. 로메로가 4번에서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할 경우 두산이 얻는 타선의 시너지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그 폭발력은 예상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마운드에서는 이현호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두산은 3회 선두타자 김지수가 볼넷으로 나갔다. 두산이 그동안 많은 실점을 한 이유 중 하나가 볼넷의 남발. 그런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 두산 벤치는 이현호를 투입시켰다.
그는 김재현 김하성, 스나이더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가볍게 위기를 넘겼다. 4회 1점을 내줬지만, 5회 탈삼진 3개를 포함, 모두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결국 4⅓이닝 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이라는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호투라 더욱 값졌다.
두산 입장에서는 강력한 구위를 지닌 신뢰할 수 있는 롱 릴리프를 얻었다는 수확이 있었다. 그동안 강력한 선발야구로 투수진을 지탱한 두산은 경기력의 기복이 심했다. 선발이 이닝 히터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중반 이후 급격히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 타선의 분위기를 확실히 끊어줄 수 있는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현호의 이날 투구는 두산도 뛰어난 롱 릴리프 겸 승부처 투입을 할 수 있는 중간계투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두산 니퍼트의 경우 아직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물러난 뒤 임시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 현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단지, 오른팔 윗쪽 뒷부분이 약간 결리는 증상이 있다는 두산 측의 얘기다.
결국 두산은 니퍼트의 조기 강판으로 지옥으로 떨어질 뻔했던 최악의 상황이 이현호의 호투와 로메로의 맹타로 극적 반전에 성공했다. 더불어 다시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미도 매우 컸다.
두산은 9대6으로 승리, 3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목동=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