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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까운 경기였다.
결국 삼성이 자랑하는 필승계투조 안지만과 임창용에게 점수를 뽑아내며 7-4의 리드. 승리가 눈 앞에 보였다.
하지만 두산 입장에서는 실망할 필요가 없다.
사실 뼈아픈 패배인 것은 맞다.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다보면 절대적 강팀이라고 해도 최소 경기의 ¼은 패할 수밖에 없다. ⅓만 져도 선두권에 포진할 수 있다. 때문에 질 때 잘 져야 한다.
정상적인 선발 투수 맞대결에서 패배, 혹은 상대의 타선이 폭발해 대패를 하는 경우는 깔끔하다. 패배의 후유증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말리는 상황에서 끝내기 패배, 여유있는 리드를 하다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는 그 후유증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두산은 약간 특이하다. '악성 패배'에 대한 충분한 '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만 해도 6~7점 차의 리드 속에서 믿기지 않는 역전패가 두 차례나 있었다. 17일 삼성전과 같은 뼈아픈 패배 역시 여러 차례 경험했다. 때문에 분위기의 급강하가 우려되는 상황이 많았다. 하지만 두산은 이내 팀을 추스렸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두산의 강한 선발 투수진과 타력, 그리고 강한 수비가 충분한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발 투수와 타력, 그리고 수비력 역시 일정한 사이클이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요소가 끊임없이 중간계투진의 약점을 막아주는 '영양분'을 공급했다.
최근에는 특이한 부분도 있었다. "허약하다"고 평가받는 두산의 중간계투진은 나름 희망적이다. 잠재력이 뛰어난 젊은 투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좌완 이현호와 함덕주가 있다.
시간은 두산 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질 수 있는 두산의 중간계투진이다. 베테랑 이현승이 부상에서 복귀,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오현택도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14일 NC전과 16일 삼성전은 함덕주 오현택 이현승이 승부처에서 깔끔하게 막아내면서 두산은 승리할 수 있었다.
게다가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올해 지휘봉을 잡은 두산 김태형 감독은 "초보같지 않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는다. 게다가 선수기용 면에서 확실한 원칙과 그 이유가 있다. 때문에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들의 집중력이 매우 높다. '계산이 잘 서지 않는' 중간계투진도 무난히 이끌고 있다. 17일 역전패 과정에서 9회 노경은은 심하게 흔들렸다. 불펜에서는 이현승과 함덕주가 몸을 풀고 있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노경은을 흔들지 않았다. 결국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볼 때 노경은이 마무리 역할을 해야 팀이 강해진다는 계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확실히 믿을 만한 중간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실패는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플랜 때문에 두산은 뼈아픈 역전패가 많지만, 두산의 중간계투진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아직 비관도 낙관도 하기 이른 시점이다. 두산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력변화의 폭이 커질 수 있는 팀이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없고, 유네스키 마야 대신 앤서니 스완잭이 영입됐다. 여전히 중간계투진은 기복이 있다. 하지만 경기력의 변동을 볼 때 시간은 두산의 편이 될 확률이 더 높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