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한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이 어려움 속에서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천군이 메인 스폰서를 맡은 연천 미라클은 선수가 숙식비 등 일정 금액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출범 이후 LG 트윈스, 고양 다이노스, 한화 이글스 등 프로 2~3군 팀, 고려대 등 아마추어 팀과 연습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프로 출신 선수들이 합류하고 팀이 완성되면서 전력도 탄탄해졌다. 프로팀 스카우트들도 선수들을 주목하고 있다.
연천 미라클은 실패를 맛본 선수, 두번째 야구인생을 펼쳐보고자하는 이들에게 희망이다. 어려움은 있지만 수십억원대 돈을 투입하지 않고도 독립구단 운영이 가능하다는 걸 새로운 모델을 통해 보여줬다.
연천 미라클의 선수 정원은 30명이다. 출범을 앞두고 선수 수급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탈퇴 선수도 나왔지만 지원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독립구단의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야구선수 출신이라고 해도 무조건 받지도 않는다. 우선 홈구장인 연천베이스볼파크 내 선수단 숙소의 수용인원에 한계가 있다. 또 팀 전력 유지를 위해서는 기량 검증이 필요하다. 단체 생활에 따른 규율 또한 엄격하다. 박정근 연천 미라클 구단주(호서대 교수)는 팀 출범 전부터 선수의 인성교육을 강조해 왔다.
경기도는 10구단 창단 유치전 때 독립리그 창설을 약속했지만 실행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하며 승리한 kt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6.17/
이제 제2, 제3의 독립구단 창단, 나아가 독립리그 출범을 준비해도 될 것 같다. 우수창 연천 미라클 단장은 "지원자가 이어지는 걸 보면서 야구에 굶주려 있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 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야구 저변 확대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팀 추가 창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고교,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 진출에 실패한 선수, 프로에서 방출된 선수가 계속해서 야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우선 연천 미라클은 육성에 무게를 둔 아카데미 개념의 새로운 팀 창단을 구상하고 있다. 제2의 독립구단 창단을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이다.
박정근 구단주는 "지방자치단체나 야구에 관심이 있는 기업, 뜻있는 후원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독립구단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구단주 직함을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독립구단, 독립리그 활성화는 프로야구 10구단 시대의 야구 생태계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김인식 연천 미라클 감독은 "일부 지자체가 팀 창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애기를 들었는데, 팀이 더 생겨야 독립구단이 건강해 진다"고 했다.
몇 년 전 KT와 부영이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을 놓고 경쟁했을 때 경기도가 도 내 독립리그 창설을 공약했다. 그런데 kt 위즈가 3년 전 창단해 올해 1군 리그에 합류했는데도 독립리그 얘기가 없다.
양해영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경기도는 한번도 독립리그 문제로 KBO에 문의를 하지 않았다. 고비용 구조였던 고양 원더스를 참조하다보니 크게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많은 야구인들이 연천 미라클 모델을 주시하고 있다. 이제 kt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 경기도에 공약 실행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식 연천 미라클 감독이 선수단 미팅에서 주문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연천 미라클
연천 미라클 관계자에 따르면, 연간 3~5억원 정도의 후원금이 있으면 팀 운영이 가능하다.
우리와 여러가지 상황이 다르지만 일본의 경우 독립리그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방출된 후지카와 규지가 친정팀 한신 타이거즈 대신 독립리그 시코쿠리그의 고향팀 고치 파이팅독스에 입단해 화제가 됐다.
또 또다른 독립리그 BC리그의 니가타에서 뛰던 호주 출신 왼손 타자 미치 데닝(27)은 야쿠르트 스왈로즈로 이적해 만루홈런을 터트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타격부진으로 고심하고 있는 오승환의 소속팀 한신은 16일 BC리그 이시카와 밀리언스타즈의 넬슨 페레스를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