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위기없이 한 시즌 내내 순항하는 프로팀은 없다. 사상 최초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의 신화를 쓴 삼성 라이온즈도 2012시즌 6월19일까지 6위에서 허덕였다. 올해 리그 1위를 질주하며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NC 다이노스 역시 5월초에는 하위권에 있었다. 5월2일까지 9위였다.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6-0의 영봉패를 당하며 3연전을 모두 지고 5연패를 당한 한화 선수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한화는 선발투수로 7승 2패 방어율 4.55의 안영명을 내세웠다. NC에서는 3승 2패 방어율 3.88의 이태양이 선발 등판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21/
하지만 이들 구단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해낸 뒤 더 강한 추진력을 얻어 상위권으로 치고 나왔다는 점. NC는 이후 무서운 집중력을 앞세워 역대 5월 월간 최다승(20승) 타이 기록을 달성하며 불과 25일 뒤 1위 자리를 꿰찼다. 삼성 역시 2012년 6월19일 이후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7월1일에 1위에 등극했다. 이후 7월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패하면서 딱 한번 2위로 내려온 것을 빼고는 정규시즌 끝날 때까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 두 구단의 교훈이 현재 한화 이글스에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한화는 두 구단에 비해 전력이 앞서진 않는다. 또 냉정히 볼 때 우승을 적극적으로 노릴 입장도 아니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이었다. 사실 5할 승률마진에서 플러스 1승을 하고 있는 현재의 성적을 그리 나쁘다고 할 순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 최근 팀 분위기나 전력이 크게 떨어진 것은 맞다. 시즌 개막 후 최대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불과 한 주 만에 승률 마진 '+6'에서 '+1'로 급감했다. 올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연패 이상이 없던 팀이 순식간에 5연패를 당했다. 이건 문제가 크다. 아직 승률 마진이 흑자 상태라고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추락이 바닥을 친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러 지표들이 그걸 증명한다. 최근 일주일간의 한화 투타 성적을 보면 현재 한화가 처해 있는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심각한 투타 불균형이다. 특히 타격 쪽에서 부진이 두드러진다. 결과적으로 방망이가 터지지 않은 것이 5연패의 직접적 요인이다. 1승 뒤 5패를 당했던 지난 일주일간, 한화는 팀 평균자책이 4.41로 리그 전체 6위였다. 전체 시즌의 평균자책점인 4.85(전체 7위)보다 오히려 조금 좋았다.
9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태균이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김태균은 8회 1사 2루에서 삼성 심창민을 상대로 중월 투런 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으로 김태균은 11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힘차게 스윙하고 있는 김태균.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6.09
그런데 타선은 침묵했다. 팀 타율이 전체 시즌 평균인 2할6푼3리(7위)보다 무려 1푼5리나 떨어진 2할4푼8리에 그쳤다. 리그 최하위의 팀 타율이었다. 무엇보다 득점권 상황에서의 팀타율이 2할2푼 밖에 안된다는 건 심각하다. 원래 일주일 전까지 한화의 시즌 평균 득점권 타율은 2할5푼8리였다. 여전히 낮은 수치이긴 해도, 최근 일주일에 비하면 3푼8리나 높았다. 득점권 타율의 저하는 결국 결정적인 상황에서 전세를 뒤집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타격은 원래 상승세와 하락세의 흐름이 있다. 연습과 분석을 통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격차를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순 없다. 지금 한화 타선은 집단 하락세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런 하락세는 결국 팀을 이끄는 간판 선수들이 깨줘야 한다. 전체적인 부진에 빠졌을 때 한 두 명의 대표 선수들이 치고 나가면 동료들 역시 자연스럽게 분위기 반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한화 타선의 간판은 역시 김태균과 정근우, 이용규 3인방이다. 이들 세 선수 중에서 한 두명이라도 살아나면 반전의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베테랑 간판타자들의 책임감이 더 요구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