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도 죄다.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잘못을 덮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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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KBO는 이날 반도핑위원회를 개최하여 최진행의 소명을 들었다. 그런 후에 반도핑 규정 6조 1항에 의거해 최진행에게 30경기 출장 정지의 제재를 부과했다. 한화 구단도 6조 2항에 의거 제재금 2000만원을 부과받았다.
때는 지난 4월초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최진행은 지인을 통해 근육강화제 한통을 받았다. '프로웨이'라는 제품이었다. 비슷한 이름의 제품이 수 십, 수백 종이나 된다. 보디빌더나 퍼스널트레이닝(PT)으로 단기간에 근육을 만드려는 사람들이 흔히 먹는 '프로틴 파우더(단백질 보충제)'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진행이 받은 제품은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는 미국 제품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이 제품을 받은 최진행은 우선 성분표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특별히 금지 성분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3~4차례 복용했다"고 밝혔다. 4월이면 한화가 한창 힘겨운 총력전을 펼치던 시기다. 이때 최진행은 팀의 중심타자로서 강한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발가락에 피로 골절이 있었지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냥 뛰었다.
금세 중단, 그러나 늦었다
하지만 경기력은 신통치 않았다. 4월의 최진행은 21경기에 나와 타율 2할8푼4리(67타수 19안타) 4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투지는 높았지만, 팀 기여도가 그리 높다고 할 순 없었다. 때문에 최진행의 입장에서는 지인이 준 근육강화제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최진행이 보기 좋은 근육을 만들기 위해 근육강화제를 먹을 리 없다. 좀더 강한 힘을 내서 유리하게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이 제품을 복용했다고 봐야 한다. 반도핑위원회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최진행이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최진행이 이 제품을 계속 복용한 것은 아니다. 3~4차례 복용한 후 4월말에 팀의 트레이닝 코치에게 제품을 들고 가 문의했다. 아무래도 미국 제품이다보니 성분에 확신이 없던 것. 뒤늦게 도핑에 대한 걱정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을 확인한 홍남일 트레이닝 코치는 즉시 "한국 식약청에 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이니 먹지 말라"고 강력하게 최진행을 제재했다. 최진행 역시 홍 코치의 말을 듣고 이후 제품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금지 약물성분인 스타노조롤은 체내에 약 3주 정도 머문다는 것까진 몰랐다. 제품 복용을 중단한 지 1주일 여 지난 시점에 KBO으 불시 도핑테스트가 있었고, 결국 최진행은 여기서 적발됐다. 본인도 이런 사태까지 벌어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호의로 받은 선물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팀에도 피해를 입혔다고 억울해 하며 속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정을 어긴 건 사실이다. 그리고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훈련이나 정상적인 보양 음식에 기대지 않고, 확실치 않은 약물에 기댄 건 용서받을 수 없다. 분명한 사과를 해야하고, 다시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