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품에 안지 못했던 아기가 자라 세계 최고의 무대에 우뚝 섰다. 그래도 그는 스스로를 "한국에서 온 선수"라고 소개한다. 여전히 영유아의 해외 입양비율이 높은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
뉴욕 양키스의 한국계 미국인 롭 레프스나이더(왼쪽)가 12일(한국시각)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원정경기에서 3회말 알레한드로 데 아자의 2루 도루 시도를 막으려 하고 있다. 이 경기는 레프스나이더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다. ⓒAFPBBNews = News1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팀인 뉴욕 양키스 소속 2루수 롭 레프스나이더(24)는 한국 출신이다. '김정태'라는 한국식 이름도 있다. 그가 최근 빅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레프스나이더는 12일(한국시각)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는 레프스나이더의 빅리그 데뷔전이었다. 2012년 5라운드의 비교적 높은 순위로 양키스에 지명된 레프스나이더는 불과 3년 만에 빅리그로 승격되며 최고 유망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 역시 "양키스의 최고 유망주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지를 증명하게 됐다"며 이날 레프스나이더의 데뷔전 의미를 설명할 정도. 그는 "평생 기억할 경기다. 내 인생의 가장 큰 꿈중의 하나가 메이저리그에서 경기하는 것이었다. 그게 오늘 이뤄졌다"고 감격했다. 그는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에서 81경기를 치르며 타율 2할9푼에 7홈런 37타점 10도루의 고른 성적을 기록했다.
이름만으로는 전형적인 미국인이다. 하지만 레프스나이더의 외모는 전형적인 동양인이다. 사실 그는 '김정태'라는 이름을 갖고 1991년 3월26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5개월만에 미국으로 입양돼 '레프스나이더' 집안의 아들로 컸다. 만약 한국에서 자랐다면 넥센 문성현이나 롯데 오승택 등과 동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를 품지 못했다. 대신 그는 미국에 가서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를 밟게 됐다.
하지만 빅리그 데뷔전에서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3회초 무사 1루에 나온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를 상대하다 2루수 앞 병살타를 치는 등 8회까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