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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연속 시즌 세이브 기록은 구대성(46)이 갖고 있다. 사상 최초의 9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 7년 연속 20세이브의 대기록을 모두 한화에서 세웠다. 전성기 시절 '일본 킬러'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는 꾸준해서 가치가 더 높았다. 지난 2007년, 우리 나이로 서른 아홉이 된 해까지 '고무팔'을 앞세워 소방수 노릇을 했다.
6년째 마무리, 긍정적인 생각 덕분
손승락은 시즌 뒤 얻는 생애 첫 FA 자격에 대해서도 "욕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던 대로 공을 던질 뿐이다. 그러다 보면 FA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며 "내가 어떤 생각을 먹고 던지느냐에 따라 공이 움직인다고 본다. 앞으로도 공 한 개 한 개에 의미를 담아 던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내가 6년 동안 마무리 투수를 할 수 있는 이유다. 부정적인 생각은 나쁜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목동구장이 나를 만들었다
손승락은 지난해 아주 큰 모험을 했다. 2년 전인 2013년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받자마자 투구폼 변신을 꾀했다. 그는 코치에게도 말하지 않고 시즌 내내 월요일이면 몰래 개인 훈련을 했다. 하루에 200∼300구씩 던지며 자세를 바꿨다. 그러면서 마운드에서 펄쩍 뛰어오르는 특유의 역동적인 동작이 줄었다. "이런 자세로 과연 오래 던질 수 있을까, 2∼3년 안에 힘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사라졌다. 하지만 과도기에서 오는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었다. 그 해 32세이브를 올리면서도 평균자책점이 4.33으로 상당히 높았던 이유다. 애초부터 단번에 새 폼을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6개의 블론 세이브도 그래서 나왔다.
"작년은 모험을 걸었던 한 해다. 너무 상체 위주의 피칭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군 게임을 하면서 투구폼을 바꿨는데 경기 내용이 나쁜 적이 많았다. 그래도 그 모험이 앞으로 내 야구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느낀 것도, 배운 것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골든 글러브를 받은 2013년보다 오히려 2014시즌이 기억에 남는다."
정상에서 시도한 변신은 '목동구장'의 영향도 크다. 리그에서 가장 작은 목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를 끊임없이 하다가, "더 잘 던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익숙함'에서 벗어났다. 그는 "넥센이라는 팀과 목동구장이라는 작은 그라운드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솔직히 투수라면 목동을 다 불안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낮게 던지려고 했다"며 "매 경기, 매주, 매년 더 집중했다. 다들 어떻게 목동에서 6년이나 마무리를 했냐고들 하는데, 목동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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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넥센 감독은 작년부터 "손승락이라는 존재 때문에 한현희도, 조상우도 성장할 수 있었다"는 말을 자주 많이 했다. 후배들이 주자를 남겨둬도 선배가 위기 상황을 벗어나 팀 리드를 지켜준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좋은 기억을 갖고 한 단계 발전한다는 설명이었다.
손승락은 이에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정도의 능력이 있는 동생들이다. 앞으로 대성할 투수들"이라며 "다들 스스로 성장했다고 본다. 난 내 자리에서 그냥 꾸준히 하자고 한 것 밖에 없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또한 "나도 마무리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내가 확신만 있으면 실제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진다는 걸 느꼈고 정신도 강해졌다"며 "야구와 인생은 참 닮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후배들은 이런 선배에게 자주 조언을 구하지는 않을까. 그는 "그렇기는 한다"면서 "그런데 내가 해 줄 말은 별거 없다. '그냥 던져라'고만 할 뿐이다"고 웃었다. 손승락은 "젊다는 게 최대 무기 아니겠는가.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그냥' 던지면 된다"며 "야구는 알면 알수록, 또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어렵다"고 말했다. 창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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