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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서건창이 훈련하는 모습. 스포츠조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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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타격폼을 찾기 위한 서건창(26·넥센)의 실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최근 들어 서건창의 이름을 언급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그는 "주전 야수들 가운데 박병호를 빼곤 모두 한 번씩 부상을 당했다. 그 중 서건창이 십자 인대 부상으로 빠진 게 가장 뼈 아팠다"고 했다. "강정호보다 오히려 서건창이 없던 게 아쉽다. 작년 서건창의 역할이 얼마나 컸나. 서건창이 다치고 이택근까지 빠지면서 올 시즌 도루가 70개 정도는 줄었다. 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염경엽 서건창이 부상에서 복귀할 당시에도 "절대 무리시키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대타, 그 다음 대수비 등 충분한 시간을 줄 것"이라며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애지중지하는 모습이었다.
서건창은 2014시즌 KBO리그 역사를 새롭게 쓰는 최고의 활약을 했다. 사상 최초의 한 시즌 201안타, 역대 최다 멀티히트 66개, 역대 최다 득점 135점, 역대 최다 3루타 17개 등 타석에 설 때마다 새 기록을 만들어 갔다. 지난 2012년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받은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상. 결국 신고선수 출신의 이 타자는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MVP를 따내는 금자탑을 세웠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었다.
서건창은 MVP 시상식에서 '백척간두진일보'의 자세를 논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는 의미다. 사상 첫 200안타 고지에 오른 순간, 더욱 정진하겠다고 그는 약속했다.
그래서 타격폼 변신을 들고 나왔다. 7월9일 목동 KIA전부터 두 손을 귀 높이까지 올린 채 공을 때리는 사뭇 평범한 폼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두 팔을 몸에 바짝 붙인 상태로 타석에 섰다. 방망이를 잡은 두 손은 가슴 아래 쪽까지 내려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자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두산 정수빈이 한 때 벤치마킹 해 비슷하게 치긴 했다. 두산 유희관도 미디어데이나 이벤트 대회 때 흉내를 냈다. 어쨌든 김경문 NC 감독은 "현역 시절 박정태(롯데)는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특유의 폼만 봐도, 얼마나 노력을 해 그 자세를 완성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서건창도 딱 그런 선수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방망이를 들어 올려 힘을 싣고자 했다.
하지만 새로운 타격폼은 성적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처음 선보인 7월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치른 16경기에서 타율이 1할7푼9리다. 타점은 4개, 득점도 6득점뿐이다. 그는 "먹히는 타구가 많고 상대가 그리 위압감을 느끼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섰지만, 매 타석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특유의 밀어치기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왼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이 있었고 그에 따라 신체 밸런스까지 무너지며 '타격감'이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새 타격폼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최적의 폼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보던 서건창은 지난 6~7일 잠실 두산전부터 예전의 폼으로 상당 부분 돌아갔다. 두 팔을 몸에 완전히 붙이지 않고 살짝 띈다는 차이가 있지만, 지난달처럼 귀 높이까지 올리는 모습을 더는 찾아 볼 수 없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서)건창이가 최근 들어 지난해 폼과 비슷하게 치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서건창은 가을야구를 넘어 대권에 도전하는 넥센의 키플레이어다. 그가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휘저어야 중심 타선이 갖고 있는 엄청난 장타력의 효과도 배가 될 수 있다. 최근 염경엽 감독이 그의 이름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즌 초 공백에서 드러나 듯 존재감이 상당한 타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한 편으로는 기나 긴 슬럼프에서 벗어나주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가 서건창 본인이다. 만족을 모르는 그가 또 한 번의 타격폼 변신으로 사령탑 믿음에 부응할지 주목된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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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서건창. 스포츠조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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