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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155㎞의 강속구. 그런데 똑바로 날아오는 공은 없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수들에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넥센 코칭스태프들에게도 "정타가 나오지 않는다"며 걱정부터 늘어놨다. 하지만 현재 피츠버그의 중심 타선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국내 시절처럼 40홈런을 치는 거포 이미지는 없지만 각 구단 에이스와 마무리 투수들의 공을 장타로 연결하는 그다. 이로 인해 현지 언론도 "냉정히 말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쓴 돈이 아까워 구단은 개막 엔트리에 그의 이름을 넣었다"는 시선을 접고, "슈퍼 스타 매커친 다음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는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강정호는 어떻게 자신의 약점을 딛고 메이저리그에 적응한 것일까.
염경엽 넥센 감독이 보는 성공적인 정착 이유는 '속도 적응'이다. 또 히팅하려는 순간, 미세하게 꺾이는 움직임에도 몸이 반응하고 있다. 염 감독은 "(강)정호는 원래 한국에서도 빠른 공을 잘 쳤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계속해서 빠른 공들을 보다 보니 이제 익숙해진 것 같다"며 "자신의 스윙을 하고 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사실 기술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한 게 멘탈이다. 기량이 아무리 빼어나도 그곳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눅 들면 야구를 잘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정호의 최대 장점이 바로 멘탈이다. 흔히 류현진(LA 다저스)의 멘탈이 좋다고 하는데, (강)정호도 이에 못지 않다"고 밝혔다.
강정호를 보는 심재학 넥센 타격 코치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강정호가 시즌 초반 불거진 '레그킥(왼 다리를 크게 들어 올렸다가 내리면서 타격하는 방식) 논란' 등을 딛고 빅리그에 연착륙한 건 결국 자신의 스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 코치는 "원래 잘치는 선수다. 잘 치는 선수가 그 쪽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면서 적응을 마쳤다"며 "이제는 갖다 맞히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한다. 그거면 된 거다"고 밝혔다. 송재우 MBC 스포츠+ 해설위원도 "자신감이 붙었다. 상대 투수에 대한 연구를 치밀하게 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당초 벤치 멤버로 평가 받던 선수가 중심 타선에서 자리를 잡았다. 자신의 장기인 빠른 공에 타이밍을 잡고 있다가 변하는 공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