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타(특별타격훈련)'는 과연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 것일까.
프로는 '성적'으로 인정받는 집단이다. 과정의 진정성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성적'이다. 아무리 남들보다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더라도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러한 노력에 대해 격려는 보낼 수 있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매진하는 노력을 폄하해선 안된다. 하지만 그런 우직함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이 방법은 옳았는가.' 그리고 '아니오'라는 답이 나왔다면 과감히 발상을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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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2015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가 끝난 후 한화 김성근 감독이 실책을 범한 주현상에게 펑고를 쳐 주고 있다.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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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화 이글스 야구의 여러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특타'다. 사실 이건 '한화 야구'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김성근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의 떨어진 타격감 혹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타격 자세를 수정하기 위해 별도로 훈련조를 편성해 정규훈련 시간과는 별도로 연습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선수별 맞춤 원포인트 레슨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이런 '특타'는 원정 경기 때 이뤄진다. 홈에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훈련 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선수를 계속 불러내 훈련 시키면 된다. 하지만 훈련 시설이 마땅치 않은 원정 경기 때는 정해진 시간 외에는 훈련을 더 진행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리 오전에 몇 명의 선수들을 따로 불러 고등학교 야구장 등으로 이동해 타격연습을 한다.
홈에서 이뤄질 때도 있다. 어쨌든 '별도의 시간'에 하는 타격훈련은 전부 '특타'다. 홈경기에서 패한 뒤 10시가 훌쩍 넘은 심야에 그라운드에서 특타를 진행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지난 19일 대전 NC전 패배 뒤에도 12시까지 특타가 이어졌다. 물론 대부분의 특타는 김성근 감독이 직접 챙긴다. 원정 오전 특타 때는 간혹 나가지 않을 때도 있지만, 홈경기 심야 특타는 100% 김 감독이 훈련을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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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경기전 한화 김성근 감독이 장운호의 타격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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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원칙 자체는 옳다. 그런데 그것이 '효율'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올해 한화는 특타의 효과를 얼마나 봤는 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시적으로 몇 경기에서 특타를 통해 감을 되찾은 선수가 좋은 타격을 보인 사례는 적지 않다. 단골 특타 대상인 강경학이 시즌 초반에 비해 후반들어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팀 공격의 차원에서 통계를 내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올해 한화의 팀 타율은 2할6푼8리로 전체 7위다. 특히 올스타 휴식기 이후의 득점권 타율은 2할5푼5리로 리그 최하위다. 공격이 활발한 것도 아니지만, 어쩌다 기회가 났을 때도 이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한화 타자들이 연습에 들인 시간만을 따져보면 다른 팀의 두 세배 이상은 된다. 일반적인 훈련 시간 외에 오전 혹은 심야에도 방망이를 휘둘러왔다. 휴식일인 월요일에 훈련을 진행한 적도 많다. 그러나 '들인 공'에 비해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쯤되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특타는 한화 공격력에 도움이 되었을까.' 효율성 차원에서 분명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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