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최고 성적 강민호 "팀 부진 내가 반성해야 한다"

기사입력 2015-10-01 10:53


12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2사서 롯데 강민호가 한화 강경학의 파울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포수 강민호(30)와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FA(자유계약선수) 계약 첫 해의 강민호는 롯데 주전포수로 자리를 잡은 이후 2년 연속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타율 2할2푼9리-16홈런-40타점. KBO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서 한참 떨어지는 성적이다.

30일 부산 사직야구장 인터뷰실에서 마주한 강민호는 "솔직히 동료 선수들 눈치를 많이 봤다. 아침에 일어나면 경기장 가는 게 두려웠다"고 했다. 자이언츠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극심한 내홍끝에 대표, 단장, 감독이 모두 교체됐다. 풍비박산. 롯데야구는 야구계를 넘어 세간의 조롱거리가 됐다.

악몽을 시간의 이겨낸 강민호는 올해 최고의 타자로 돌아왔다. 9월 30일 현재 120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377타수 118안타)-35홈런-86타점. 지난 2010년의 3할5리-23홈런, 2008년의 82타점을 넘어 한시즌 개인 최고 성적이다. 그런데 롯데는 30일 KIA 타이거즈에 패하면서 5위 꿈이 날아갔다. 최고 성적을 내고도 강민호는 활짝 웃을 수가 없다. 간판 선수와 팀 성적은 패키지로 묶여갈 수밖에 없다.

강민호는 주축 타자이자 주전 포수로서 역할과 책임감을 얘기하고 싶어했다.

"팀 성적에 대한 부분은 내가 반성해야 한다. 투수를 더 잘 리드해야 했다. 공격만 신경쓸 게 아니라 팀을 조금 더 돌아봤어야 했다. 돌아본다고 했지만 부족했다."

그는 포수 본연의 역할에 대한 부족함을 인정했다. 통렬한 자기 반성이자, 내년 시즌을 위한 다짐이다. 강민호는 "캠프에서 우리 투수들의 장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수비 능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올 시즌 도루저지울이 2할8푼대다. 포수의 기본은 '공격'이 아닌 '수비'라는 걸 잘 알고 있는데도 두 일을 동시에 해내는 게 쉽지 않다.

"공격이 안 될 때는 수비에 집중하려고 했고, 실수를 안 하려고 노력했지만 무릎 통증으로 무뎌진 부분이 있다. 어제(9월 29일) 집에서 침대에 누워 실책 장면을 떠올리면서 수비 생각을 많이 했다."


강민호는 29일 KIA전 1회 3루 악송구를 했다. 이 수비 실수는 추가실점으로 이어졌다.


12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한화와의 경기에 앞서 비가 내리자 롯데 덕아웃의 강민호와 장종훈 코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9.12.
최고의 공격형 포수는 '공격형'을 유지하면서 '포수'로서 인정을 받고 싶어했다. 공격형 포수에는 공격능력이 좋은 선수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수비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포수라는 의미가 살짝 녹아들어가 있다.

그는 "타율 2할5푼을 치는 포수였다면 지난해 그렇게까지 욕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기여해왔기 때문에 욕을 두 배로 먹었다. 이제는 1000경기 넘게 출전한 포수답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사실 포수 포지션에 수준급 공격력을 갖췄기에 '4년-75억원'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이 가능했다. 베테랑 강민호는 수비에서 부족한 부분을 계속해서 채워가겠다고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가 아니라 '어떻게든 되게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리그 대표 포수하면 금방 떠오르는 이름 강민호. 그런데 본인은 힘차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양의지(두산 베어스)같은 좋은 포수가 많다며, 자신은 최고가 아니라고 몇 차례 강조했다.

타점이 부족해 포수 첫 '3할-30홈런-100타점'이 어려워졌으나 준비한만큼 성적이 나와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아마 2할대 후반 타율에 홈런 20개를 조금 넘게 쳤더라도 만족했을 것이다"고 했다.

시즌 중반까지 무섭게 홈런을 때렸다. 3~4월에 6개, 5월에 9개, 6월에 9개를 쏟아냈다. 꾸준했던 페이스가 7월을 기점으로 갑자기 떨어졌다. 7월에 열린 14경기에서 1개, 8월에 4개를 쳤다. 7월에는 올시즌 유일하게 월간 타율 2할대에 머물렀다.

강민호는 "몸이 안 좋은 건 아니었고, 체력이 떨어졌다. 지난 겨울에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그랬다. 이번 겨울에는 7월 혹서기에도 꾸준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널리 알려진대로 강민호는 제주 신광초등학교를 졸업한 제주의 아들이다. 올시즌 초등학교 후배 포수가 프로에 첫발을 디뎠다. LG 트윈스의 고졸 신인 김재성(19)이다. 김재성은 강민호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했다. 강민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야구인은 누구였을까.

한문연 NC 다이노스 2군 감독과 최기문 NC 배터리 코치다. 한 감독과 최 코치는 배터리 코치, 팀 선배로 강민호와 함께 하고 지도했다. 강민호는 "선배, 지도자 복이 많은 것 같다. 두 코치님에게 배운 게 너무 많다. 한 코치님한테 배우다가 최 코치님이 배터리 코치가 되어 도와주셨다. 두 분 덕분에 헷갈리지 않고 일관되게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2015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가 24일 부산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2사 두산 최재훈의 파울타구에 맞은 롯데 포수 강민호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강민호는 타격 부활, 홈런 증가의 공을 장종훈 타격코치에게 돌렸다. 장 코치가 많은 얘기를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포인트를 잡아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선수가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일부러 많은 얘기를 안 하시는 것 같은데, 선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집에 가면 그날 경기를 다시 보는데 '오늘은 왼쪽 어깨가 벌어져서 안타를 못 쳤구나' 생각하고 다음날 야구장에 가면 장 코치님이 먼저 '어제는 왼쪽 어깨가 벌어지더라'고 말씀해주시고 잡아주신다."

악몽같은 지난 시간이 강민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는 "팬들에게 죄송하기도 했지만, 동료들에게 더 미안했다. 솔직히 동료들 눈치를 많이 봤다. 많은 연봉을 받고 계약했는데 너무 못했다. 동료들이 나를 안 좋게 본 것은 아니겠지만 스스로 주눅이 들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피하지 않았기에 올해 성적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팀 성적이 떨어지면서 최근 몇 년간 홈 관중이 많이 줄었다. 이전에 비해 열성팬들의 함성도 조금 약해졌다.

강민호는 "팀 성적, 선수 성적이 더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팬들이 다시 찾아오실 것이다. 부산팬들은 안 좋을 때 '경기장에 다시는 오나봐라'고 말씀하시면서도, 경기장을 채워주시는 분들이다. 많은 팬들 앞에서 신나게 야구를 하고 싶다. 나를 좋아해주시는 팬도 많지만 안티팬도 정말 많다. 사랑 받으면 질타도 많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올해 강민호는 삼성에 강했고, KIA에 약했다. 삼성전에서 타율 4할2푼6리(9홈런 21타점), KIA전에서 1할8푼2리(2홈런 5타점)에 그쳤다. 외야가 벽이 없이 트여있는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가 아직도 낯설어서 그런지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부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