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만루홈런 이범호, 만루는 부담이 아닌 기회다

기사입력 2015-10-04 09:12


3일 두산전 1회 만루 홈런을 때린 이범호가 한화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득점 가능성이 가장 높으면서도, 무산되는 경우가 많은 게 만루 기회다. 마운드의 투수, 타석의 타자 모두 바짝 긴장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벼랑끝 승부. 이 극단의 상황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타자가 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34)에게 만루 찬스는 부담이 큰 상황이 아닌 타율, 타점을 올릴 기회다.

이범호는 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 1회말 무사 만루에서 우월 홈런을 터트렸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 중 한명으로 꼽히는 유희관을 맞아 시즌 28호, 통산 250호 홈런을 쳤다. 이미 자신의 한 시즌 홈런 기록을 넘어선 이범호는 타이거즈의 포스트 시즌 진출과 함께 개인 목표로 잡은 30홈런을 향해 한 발 다가섰다.

이범호는 최근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홈런 20개 이상을 때리면 3~4위에 올랐는데, 이제는 홈런 20 몇 개로는 명함도 못 내밀게 됐다. 경기 수가 늘어 기회가 됐을 때 30홈런을 노려보고 싶다"고 했다. 홈런에 관한한 그에게 특별한 2015년 시즌이다.

불꽃 튀는 순위 싸움에 살짝 가렸지만, 이범호가 3일 두산전에서 때린 홈런은 개인 통산 13번째 만루 홈런이다. 이 홈런으로 그는 심정수(은퇴)를 제치고 개인 최다 만루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이승엽(삼성)과 3개차가 됐다. 이범호는 앞서 4월 4일 kt 위즈전, 지난 5월 10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만루포를 가동했다.

2000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이범호는 2004년 8월 14일 SK 와이번스전에서 첫 만루 홈런을 때렸다. 2006년 1개, 2007년 3개, 2009년 2개를 기록한데 이어 KIA 소속으로 2014년과 올해 각각 3개씩 때렸다.

그가 얼마나 만루에서 강했는 지 기록이 말해준다. 3일 두산전까지 올 시즌 만루에서 타율 4할4푼4리(12타석 9타수 4안타), 3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5년 간 만루에서 타율 3할5푼1리(53타석 37타수 13안타) 6홈런, 55타점. 이 기간 타율 2할7푼2리보다 만루에서 월등하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3일 두산전 1회 만루 홈런을 때린 이범호가 홈에서 김원섭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이범호가 만루에서 강한 이유가 뭘까.

기술적인 요인보다 심리적인 면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이범호는 만루 홈런을 때릴 때마다 만루에서 강한 비결을 물으면 "만루에서 좋은 기억이 많아서 그런지 더 편하다"고 말한다. 타자 이상으로 투수도 긴장하게 되는 상황에서 이범호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집중했다. 기질적으로 타고난 강심장으로 봐야할 것 같다. 이범호는 평소에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다.


자신감이 또다른 자신감을 부른다. 만루에서 강하다는 건 상대 투수보다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우위에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만루에서 이범호를 상대하는 투수에게 강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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