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쿠어스필드'에서 과연 SK 투수진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KBO리그 넥센과 SK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김상수와 SK 켈리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SK 2회 무사 1, 2루에서 SK 브라운이 넥센 김상수를 상대로 3점 홈런을 날렸다. 홈런 타구가 넥센 이택근 중견수 뒤 펜스를 넘어가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24 |
|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목동야구장은 대표적인 타자친화적 구장이다. '한국판 쿠어스필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쿠어스필드는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으로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지녔다. 일단 구장이 들어선 곳의 해발고도가 높다. 이 때문에 공기 밀도가 타구가 상대적으로 멀리 날아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평범한 외야 플라이성 타구가 담장을 넘기 십상이다.
목동구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자주 벌어진다. 그러나 쿠어스필드처럼 해발고도가 높아서는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야구장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좌우 펜스까지 98m에 중앙펜스는 118m 밖에 안된다. 펜스 높이도 2.28m로 1군 구장 가운데 가장 낮다. 외야관중석이 없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타구가 떴을 때 외야쪽으로 불어나가는 바람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대부분 투수들은 목동구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타자들은 목동구장에 서면 "어쩐지 쉽게 담장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고 말한다. 이런 자신감은 실전 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목동구장'의 특성이 넥센과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변수는 목동구장을 홈으로 늘 써온 넥센 투수진보다는 SK 투수진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SK가 '목동구장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준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15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넥센 선두타자 박병호가 좌익수앞 안타를 치고 달려나가고 있다. NC는 선발투수로 시즌성적 7승 2패 방어율 2.63의 스튜어트를 내세웠다. 넥센에서는 2승 방어율 7.24의 하영민이 선발 등판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9.29/ |
|
목동구장에서 투수들이 고전했다는 것은 수치로 금세 알 수 있다. 올해 넥센을 제외한 9개 구단 가운데 목동구장에서 투수들이 잘 던진 팀은 삼성 라이온즈 뿐이다. 삼성은 시즌 평균자책점이 4.69(전체 3위)였는데, 목동구장에서만큼은 4.11(전체 1위)로 오히려 향상됐다. 목동을 홈구장으로 쓰는 넥센도 시즌 평균자책점은 4.92였지만, 홈구장 평균자책점은 4.79로 더 좋았다.
하지만 삼성과 넥센을 제외한 8개팀 투수진은 하나같이 목동구장에서 고전했다. 평균자책점이 시즌 평균치보다 적게는 0.74(NC 다이노스 4.26→5.00)에서 많게는 3.94(두산 베어스 5.02→8.96)까지 치솟았다.
특히나 SK는 8개 구단 중에서도 목동구장의 변수에 더욱 크게 고전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4.71(전체 4위)이었지만, 목동구장에서는 무려 7.4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2.77이나 악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누적 기록은 결국 SK 투수들이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 1, 2차전에서 대량실점을 할 확률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SK 코칭스태프나 전력분석 파트에서 이런 변수를 모를 리 없다. 당연히 대비하고 투수들에게 더 강한 집중력을 강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비 노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나타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SK 투수진이 이 변수를 극복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오래 가을잔치를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정규시즌 때와 마찬가지라면, 가을잔치 무대에서 일찍 퇴장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SK 투수진은 목동구장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