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배' 롯데 감독자리, 교체가 최선이었나
이쯤되면 더 이상 롯데 자이언츠 감독직에 대해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장기적인 플랜은 생각하지 않는 구단 프런트의 조급증 아래 놓인 롯데 감독직은 '성배'로 미화할 수 없다. 그냥 겉만 화려하게 치장한 독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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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지난해 10월말 이 전 감독을 선임할 때 그에게 기대한 건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니라 '팀의 안정'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이 전 감독을 선임했을 때 이렇게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들과 소통을 잘하는 외유내강형 스타일이자 롯데 프랜차이즈 출신으로서 선수들의 성향과 팀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했다." 선임 배경의 그 어디에도 '성적' '목표' '포스트시즌' 등과 같은 구체적 성과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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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롯데는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종운 전 감독을 내세웠다. 야구계에서는 대단히 의외의 인사였지만, 젊고 친화력이 있는 이 전 감독이 어쩌면 상처투성이 구단을 잘 보듬어줄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이 당시의 롯데는 이 감독에게 '성적'에 대해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사실 프로 감독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이 전 감독을 선임하면서 그에게 부임 첫 해부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 달라거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내라고 하는 건 과욕이다. 혹시 정말로 이 전 감독에게 부임 첫 해부터 상위권 성적을 기대했다면 그건 롯데 프런트가 냉철한 판단 능력을 상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롯데는 고작 한 시즌을 맡기고 나서 이 전 감독을 경질했다. 구단, 나아가서는 최고 수뇌부의 성급함 때문에 젊은 감독의 또 다른 가능성을 뿌리부터 뽑아버린 것이다. 분명 이 전 감독은 올 시즌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처음 프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에게 첫 해는 시행착오의 시기일 수 밖에 없다. 남은 임기에서 만회하면 된다. 할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두고봐야 한다.
그리고 경험이 많든 적든, 한 감독이 새 팀에서 완전히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야구계의 정설이다. 롯데가 이 전 감독과 애초 3년 계약을 한 것도 최소한 이 정도의 기본은 알았기 때문이다. 3년을 약속했다면 경질 카드는 적어도 2년차에도 실패했을 때 꺼내들어도 된다. 비즈니스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그게 최소한의 예의다.
이제 롯데는 다시 프로 감독 경험이 없는 조원우 신임 감독을 택했다. 이번에는 임기를 2년만 줬다. 하지만 지금껏 롯데의 행보로 볼 때 조 신임 감독은 무조건 내년에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내년 이맘 때는 새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신세가 될 확률이 대단히 높다. 미리 조심해야 한다. 롯데 구단은 과연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