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감독의 손민한 승부수, 철저히 계산됐었다

기사입력 2015-10-21 22:48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NC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2사 1,2루서 두산 허경민을 내야 땅볼 처리 한 NC 손민한이 주먹을 불끈쥐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21.

김경문 감독은 2차전에 앞서 이미 손민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19일) 선발은 스튜어트, 4차전(22일)은 1차전(18일)에서 투구수가 66개에 불과했던 해커가 유력하다. 이재학과 이태양이 있지만 '달 감독'의 선택은 손민한이었다.

손민한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경험이다. 김 감독은 "최근 감도 좋다. 최고의 자리에 서 봤던 커리어가 안정감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선택은 들어맞았다.

손민한은 21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이닝 동안 3안타 2실점(1자책)으로 선발승을 따냈다. 6회말 첫타자 최주환을 상대하다 오른손 중지 물집이 잡힌 것이 변수였다. 투구수는 77개. 손민한이 두손으로 X자를 그리자 NC벤치는 바삐 움직였다. 이민호가 올라와서 혼돈스런 상황을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운도 따랐다. 이로써 손민한은 '영원한 회장님' 송진우를 넘어섰다. 송진우는 2006년 10월 17일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로 나와 5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40세 8개월 1일이었다. 손민한은 이날로 만 40세 9개월 19일이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선발승이다.

손민한은 지난해 LG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 구원 등판을 했지만 포스트시즌 선발등판은 롯데 시절인 2008년 10월 8일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마지막이었다. 그로부터 7년여만이었다. 손민한은 어깨부상으로 2011년을 끝으로 롯데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를 떠올리다 이대로는 안된다며 이를 악물고 2013년 NC의 연습생(육성선수)을 자처했다. 한때 KBO리그 최고투수였다는 자존심이 걸림돌이 될 수 있었지만 손민한에게 야구는 인생의 전부였다.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NC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NC 손민한이 손가락이 까지며 교체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21.
손민한은 올해 11승6패,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했다. 전반기에 맹활약하며 NC의 선발마운드 한 축을 담당했다. 송진우가 가지고 있던 최고령 투수 기록(2005년 39세)도 갈아치웠다.

이날 손민한은 차분했다. 나광남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은 유난히 좁았다. 1회 두산 선두 정수빈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고 4번 김현수에게 볼넷, 5번 오재원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KBO리그 최고의 제구력 투수인 손민한으로선 위기였다. 올시즌 한경기 최다 볼넷이 2개에 불과한 손민한이었지만 경기가 주는 중압감은 그를 더욱 차분하게 만들었다. 손민한은 이날 4사구 4개를 내줬다. 6번 최주환을 행운의 2루 적선타로 잡은 뒤 안정감을 되찾았다.

2회 정수빈에게 우중월 3루타를 허용해 1점을 내주고 2루수 박민우의 악송구로 1-1에서 1-2로 역전을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다. 3회 삼자범퇴, 4회와 5회도 무실점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1회와 2회 투구패턴. 예상과는 달리 최고구속 144㎞의 빠른 직구로 두산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변수 많은 포스트시즌, 수싸움도 돋보였다.

투수의 자신감은 경험이 도움은 될 순 있어도 본질은 구위다. 코너워크가 된 140㎞대 묵직한 직구는 나이를 잊게하기 충분했다. 잠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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