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의 투수 데뷔,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

기사입력 2015-10-22 09:25


21일 잠실구장에서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과 NC는 시리즈 1승 1패를 기록중이다. 두산 유희관과 NC 손민한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NC 1회 1사 3루에서 나성범의 희생플라이 타구 때 3루주자 박민우가 득점에 성공했다. 덕아웃에서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나성범.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0.21

NC 다이노스 나성범의 투수 등판, 결국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노련한 김경문 감독이 나성범 투수 등판 예고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었이었을까.

NC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6대2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8, 9회쯤 갑자기 든 생각. '과연 나성범이 투수로 등판할까'였다. NC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간판타자 나성범에게 투수 준비를 지시했다. 실제 자체 청백전에 3차례나 마운드에 올랐다. 좌완 불펜 요원이 부족한 팀 사정상 대학때가지 투수를 한 나성범이 히든카드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이었다. 본 경기 내용보다 나성범의 등판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구단도 150㎞의 강속구를 뿌린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김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경기 막판에 팬들에게 팬서비스를 하기 위한 차원이다. 중간에는 넣지 않고 마지막에 투입하겠다"고 하며 달아오른 분위기를 진화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나성범의 등판을 보기는 힘들 듯 하다. 상황이 그렇다. 3차전같이 크게 이기는 경기에서 만약 9회 이재학을 대신해 나성범이 마운드에 올랐다고 하자. 이는 두산을 완전히 기만하는 행위가 된다. 만약 5점차 이내 점수로 NC가 리드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봐도 등판은 쉽지 않다. 큰 경기는 사소한 일 하나로 분위기가 바뀐다. 두산이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9로 밀리던 경기를 11대9로 뒤집은 것이 좋은 예. 본업이 투수가 아닌 나성범이 괜히 등판했다가 역전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김 감독이 아무리 베테랑일지라도 팀이 시즌을 접어햐 하는 패배 직전 순간에 팬서비스를 위해 나성범을 등판시키는 기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약, 시리즈 전적이 2-2가 됐고 5차전에서 패색이 짙은 경우 오직 팬서비스를 위해 나성범을 내보낸다면 이는 김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 지, 아니면 어리둥절해야 할 상황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런저런 상황을 따져봤을 때 나성범이 투수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누빌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김 감독도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예상을 했을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시나리오였는데, 마치 한 번쯤은 실현이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김 감독의 정확한 속내를 파악하기는 힘든 일이지만,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다. 유치한 의도로 상대를 자극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닌 것으로 보이고, 우리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기다리며 이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준비하고 있으니 긴장하고 우리를 상대하라는 메시지 정도로 파악하면 되는 일일 듯.

위기도 있었다. 나성범이 1, 2차전 안타를 1개도 때려내지 못하자 무리한 투수 준비가 독이 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시즌 마지막 시점에서, 150㎞가 넘는 공을 3경기 연속 뻥뻥 뿌렸으니 그런 시각도 생길 수 있었다. 더군다나 나성범은 프로 입단 후 실전에서 공을 던진 경험이 없었기에 체력 문제도 있고, 안쓰던 근육이 쓰여져 타격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다행인 건, 선수 본인이 3차전을 앞두고 "전혀 문제 없었다"고 했고 1회 귀중한 선취 타점을 만드는 희생플라이에 이어 안타 2개를 때려내며 건재함으 과시했다는 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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