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놀라운 가을야구, 신고 선수+육성의 힘

기사입력 2015-10-22 11:49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2사 1, 2루 두산 허경민을 유격수 땅볼로 잡은 NC 손민한이 환호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0.21/

신고선수(현 육성선수) 출신의 선발이 5이닝을 책임지자, 신고선수 출신의 불펜이 뒤에 나와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막강한 힘을 뽐내고 있는 NC 다이노스의 힘이다. 외국인 선수 보유가 한 명 줄었고, 셋업맨 원종현이 시즌 전 갑작스러운 암 수술을 받았지만 예상을 뒤엎고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오른 9번째 구단. NC가 포스트시즌에서도 '가을 단골 손님' 두산을 압도하며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양 팀이 1승1패에서 격돌한 21일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은 너무 싱겁게 끝났다. 16대2. 단기전이라고 믿기 힘든 스코어였다. NC가 장단 19안타를 폭발하며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또 최다 점수 차 승리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아직 시리즈가 끝난 건 아니지만, 경기 후 3루 관중석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날 승리 투수는 팀 내 최고참 손민한이었다. 그는 만 40세9개월19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거뒀다. 1회 2사 만루 위기가 있었지만 노련하게 고비를 넘었다. 주심의 좁은 스트라이크존에도 차츰 적응하며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부러 뜨렸다. 손민한은 결국 경기 후 이 부문 기록을 갖고 있는 송진우를 넘어 섰다. 송진우는 2006년 10월 17일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0세 8개월 1일의 나이로 승리 투수가 된 적이 있다.

손민한이 오른 중지에 물집이 잡혀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는 이민호, 최금강, 임정호, 이재학을 차례로 등판했다. 김경문 NC 감독이 미리 준비한 카드였다. 이민호 1⅔이닝, 최금강 ⅓이닝, 임정호 1이닝, 이재학이 1이닝. 두산은 이들 4명의 투수에게 단 1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했다. 5~6회 이미 백기를 들며 경기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주목할 점은 손민한과 최금강의 과거다. 둘 모두 NC와 육성선수 계약을 해 인생 대역전을 이뤄냈다. '민한신'으로 불린 손민한은 롯데 시절 국가대표 에이스 역할까지 했지만 어깨 부상으로 2011년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개인 훈련에 치중하다가 2013년 김경문 감독의 부름을 받고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동산고와 인하대 시절 키(1m95)만 크다는 평가를 받은 최금강도 2012년 연습생으로 입단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그를 내심 눈 여겨 본 NC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들은 2015년 내내 맹활약 했다. 손민한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6경기에서 11승6패 4.8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최금강은 78경기에서 6승5패14홀드 3.71의 평균자책점으로 마당쇠 노릇을 자처했다. 만약 이 둘의 활약이 없었다면? NC의 가을 야구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손민한이 이렇게 까지 잘 던져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배석현 NC 단장은 "캠프 때부터 최금강이 눈빛이 남달랐다. 투수 코치 방을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 말했다.

결국 NC 구단 시스템의 힘이다. 9번째 구단은 선수를 볼 줄 알고 기회도 과감히 부여했다. 김경문 감독 역시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고 편견에 갇혀 있지도 않는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운 좋게 좋은 신인들을 뽑았다' '4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하지만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것일 뿐이다. NC가 아니었다면 이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게 중론이다.


하나 더, 3루수 지석훈, 좌익수 김종호, 사이드암 이태양, 마무리 임창민은 이전 구단에서 주전이 아니었다. FA로 영입한 이호준, 손시헌 등도 노쇠화 조짐을 보인다는 평가 속에 팀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NC에서는 당당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호성적에 일조했다. 그것이 놀라운 NC의 힘이고, 아직 시리즈가 한 창인 포스트시즌에서 화끈한 야구를 선보이는 이유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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