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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삼성은 핵심 투수 3명이 모두 빠졌다.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 발표 당일인 25일 엔트리가 공개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수 있는 명단이었다. 이제 중요한 부분은 3명의 선수가 빠진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삼성의 실제 전력이다. 기본적으로 투수력 자체가 많이 약화됐다.
1차전 선발은 피가로다. 강력한 패스트볼을 지닌 삼성의 에이스다. 삼성은 피가로의 활용도를 최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장원삼과 클로이드가 2, 3선발로 나설 공산이 크다. 문제는 한국시리즈가 최대 7차전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이다. 5전3선승제였던 준PO, PO와는 또 다르다. 매 경기 총력전인 준 PO, PO와 달리 한국시리즈는 호흡이 약간 더 길다. 때문에 세 명의 선발로 약간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미 삼성은 차우찬을 롱 릴리프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마친 상태다. 때문에 4차전의 경우 정인욱 등 깜작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불안한 측면이 있다. 장원삼과 클로이드는 좋은 투수다. 하지만, 강력한 구위로 타선을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두산 타선이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정인욱은 포스트 시즌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가지고 있는 공은 매우 좋기 때문에 호투 가능성도 있지만, 과도한 긴장감으로 난타당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냉정하게 보면 피가로를 제외하면 확실한 선발이 부족하다.
그동안 삼성은 선발이 무너질 경우, 풍부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1+1' 선발 시스템을 잘 활용했다. 하지만, 윤성환의 공백으로 이 시스템을 매 경기 쓰기 힘들다. 즉, 선발진 자체가 많이 얇아진 상태다.
필승계투조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은 박근홍-심창민-안지만으로 이어지는 강한 계투진이 있었다.
박근홍은 좌완, 심창민은 언더핸드, 안지만은 우완 정통파 투수다. 상황에 따라, 타자에 따라 이 카드를 유연하게 사용했다. 그 중 핵심은 역시 안지만이다. 마무리 바로 7~8회 투입되면서 상대 공격 흐름을 차단시켰다.
게다가 큰 경기 경험도 가장 많다. 삼성 4연패의 공신이기도 하다. 올 시즌 삼성은 권 혁의 이탈로 필승계투조가 약간 약화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안지만과 임창용으로 이어지는 삼성 마운드의 뒷심은 여전히 강했다.
큰 경기에서는 베테랑이 매우 중요하다. 필승계투조의 핵심인 안지만이 빠지는 것은 단지 전력의 공백만이 아니다.
팀 전체적인 필승계투조의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게다가 필승계투조들은 서로서로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임창용과 안지만이 동시에 빠졌기 때문에 심리적 불안함을 잡아줄 강력한 리더가 없는 것도 커다란 약점으로 꼽힌다.
마무리
2013년 오승환이 삼성에서 한신으로 이동한 뒤 많은 팀들은 "이제 삼성과 해볼 만하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망연자실했다. 임창용이 삼성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두고 "돌이 가니 뱀이 왔다"고 했다. 오승환의 묵직한 돌직구가 삼성에서 사라진 대신 임창용의 날카로운 뱀직구가 뒷문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임창용은 55경기에 나서 5승2패 33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은 2.83이었다. 세이브 1위를 차지했다.
시즌 초반 약간 부진했던 임창용은 이내 회복했다. 구위 자체가 매우 위력적이었기 때문에 쉽게 반등이 가능했다. 결국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1위를 지키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
하지만 삼성은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임창용이 없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심창민과 차우찬을 더블 스토퍼로 쓸 생각"이라고 했다. 그만큼 임창용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연쇄적 투수진의 약화다. 선발, 롱 릴리프, 마무리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차우찬이다. 심창민마저 마무리로 이동하면, 필승계투조 자체가 그만큼 약해진다는 점이다.
안지만과 임창용이 모두 공백이 있다는 것은 그동안 지켜왔던 삼성의 우승 공식이 허물어진다는 의미다. 특히, 단기전에서 삼성과 상대하는 팀은 5회 이후 1점에 대한 부담감이 극에 달했다. 워낙 탄탄한 뒷문이 존재하기 때문에 후반 역전이 쉽지 않았다. 이 부분은 투타에 걸쳐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는 이런 심리적 우위가 없는 상태에서 치러야 한다. 세 선수의 공백이 가져다 준 가장 치명적인 손해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