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FA최대어로 꼽히는 두산 김현수. 지난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구장에서 한국과 쿠바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가 열렸다. 1회말 2사서 김현수가 3루 선상의 안타를 치고 있다. 고척돔=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04.
단순한 소문일까, 아니면 뿌리 뽑기 힘든 진실일까.
FA 자격 공시 전부터 '모 선수가 모 구단과 합의를 마쳤다'는 등의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고, 실제 그와 같은 결과가 도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구단은 계약 후 '밤 12시부터 아파트 앞에서 기다렸다'는 고전 드라마와 같은 뒷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프로야구 FA 계약 '탬퍼링(tampering·정해진 시점 이전에 구단이 선수에게 접근하여 설득하거나 회유하는 일)'논란. 과연 어디까지 진짜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 프로야구는 탬퍼링 무법지대다. 이미 수년 전부터 각 구단들은 A급 선수들의 영입을 위해서 시즌 중반부터 움직인다. 굳이 안만나도 된다. 전화 통화로 간단히 하면 된다. '시즌 끝나면 우리가 원소속구단이 얼마를 제시하든 거기에 얼마를 더 얹어주겠다. 우리 구단을 생각하고 있어라' 이런 식이다. 만약 원소속구단에서 50억원을 제시했는데, 선수가 60억원을 제시했으니 여기에 돈을 더 얹어달라고 거짓 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구단 실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확한 정보가 다 오간다. 이런 무모한 협상을 하기는 힘들다.
프로야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A급 선수를 정해진 FA 계약 기간에 잡으려 달려든다고 하면 그건 잡을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모든 구단 실무자들이 이를 알고 있다"고 말하며 "구단마다 스타일 차이도 있다. 어떤 구단은 정말 시즌이 한창일 때 꽤 파격적인 제안으로 선수들과 구두 합의를 해놓는 경우도 있고, 어떤 구단은 다른 구단들이 만들어놓은 시장가를 파악하고 마지막 슬쩍 금액을 높여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방의 한 구단 실무팀은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릴 무렵 서울로 급파됐다. 이 두 구단에는 올시즌 종료 후 대어급 FA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직접 만나 접촉을 한다는 것, 계약서에 도장을 받겠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대어급 선수들이 원소속구단과 협상을 벌이며 하는 말들은 보여주기 식일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선수들 사이에도 일찌감치 소문이 퍼진다. 어떤 선수가 어느 팀으로 가기로 결정됐다는 내용 등이다. 왜냐하면 제안을 받은 선수들이 친한 동료들에게 '이런 이런 제안을 받았다'며 정보를 나눌 수 있다. 특히, 함께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더 활발하다고 한다. 시장 정보를 많이 입수하면 할수록,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