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이다. 그야말로 선수가 귀한 시대다. 올해도 프리미어 12를 마치면 거물급 FA들이 시장에 쏟아진다. 김현수(두산 베어스) 정우람 정상호(이상 SK 와이번스) 김태균(한화 이글스) 박석민(삼성 라이온즈) 유한준 손승락(이상 넥센 히어로즈) 송승준(롯데 자이언츠) 이동현(LG 트윈스) 등이다. 문제는 탬퍼링이다. 명백히 금지돼 있는 '사전 접촉'이 이미 이루어졌거나,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발생할 것이다. 이 때문에 원소속구단은 "무조건 잡는다"는 방침에도 선수를 놓치기 일쑤다.
탬퍼링이 난무하는 건 기본적으로 KBO리그에 좋은 선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각 구단들은 어떻게든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하고, 이를 위해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FA를 잡는 무리수를 둔다. 2년 전 프랜차이즈 스타를 잡지 못한 A구단 고위 관계자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애초부터 선수가 원하는 금액을 구단도 받아들여 도장 찍는 일만 남은 줄 알았다"며 "그런데 협상을 할 때마다 태도가 달라지더라. '너무 많은 금액은 스스로 부담스럽다'던 선수가 나중에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구단 고위 관계자도 "B선수는 우선협상기간 전부터 다른 팀과 계약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하는 액수를 적어라. 무조건 다 주겠다'고 했는데도 통하지 않았다"며 "탬퍼링에 당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탬퍼링은 9구단, 10구단이 창단되면서 더 심해졌다. 기존 팀들 외에 '쩐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경쟁팀이 2개나 더 생긴 것이다. 현실적으로 신생팀이 가장 확실하게 전력 보강을 하는 방법은 FA 영입이다. 트레이드, 20인 외 특별지명, 2차 드래프트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제 NC는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을 영입하며 1군 무대에 뛰어든지 2년 만에 가을 야구를 했다. 올해는 한 단계 더 성장해 페넌트레이스 2위라는 엄청난 성적을 냈다. kt 역시 박경수, 김사율, 박기혁 등 준척급 선수들과 대거 도장을 찍고 막내 답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그리고 이들 두 팀은 이번 오프시즌에도 공격적인 투자로 팀 전력을 극대화 한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세웠다.
강화된 처벌에도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을 잡기 힘든 점도 탬퍼링을 부추긴다. 현재 KBO는 규정을 위반한 FA 계약에 대해 엄정한 징계와 제제를 내리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우선 탬퍼링이 적발됐을 시 계약은 무효가 되고, 그 선수와 구단은 영원히 선수 계약을 할 수 없다. 또 해당 구단은 3년 간 1차 지명권이 박탈되고, 해당 임직원은 1년간 직무가 정지된다. 해당 선수 역시 그 해 FA신청 자격이 박탈되고 1년 간 임의탈퇴선수 신분이 된다. 여기에 해당 코칭스태프 역시 1년간 등록이 금지되고, FA 질서를 어지럽히는 언행에 대해서도 KBO는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심의·제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제재를 내리기 위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파파라치라도 붙여 감시해야 하나"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각 구단은 "서로 신의를 저버리지 말자"는 말로 약속만 할뿐, 전력 보강이 시급하다면 스스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탬퍼링을 자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