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메이저리거 박병호, 그가 꿈꿔온 메이저리그

최종수정 2015-11-10 11:19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무사서 넥센 박병호가 중월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4.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 박병호(29)를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왼쪽 팔뚝에 박혀 있는 타오르는 불꽃이 칼을 감싸고 있는 문신이다. LG 트윈스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한 박병호는 풀타임 첫 해인 2012년 4월 뉴질랜드 마오리족 전사의 문신을 왼팔에 새겼다.

사연이 있다. 그해 2월 초까지 히어로즈는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텍사스 레인저스 캠프에서 전지훈련을 했는데, 레인저스의 홈런타자 조시 해밀턴의 라커에 붙어 있는 사진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했던 홈런 타자 해밀턴의 불꽃 문신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박병호는 한국으로 돌아와 이 문신을 했다. 그는 문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걱정하면서, 자기 만족을 위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문신이 아니라 더 강해지고 싶은 마음, 불꽃처럼 타오르고 싶은 꿈,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의지를 새긴 게 아닐까. 그해 박병호는 31홈런을 때려 처음으로 홈런왕에 올랐다. 반전의 시작이었다.

야구도 인생도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성남고 시절 초고교급 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호는 2005년 드래프트 1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다들 LG의 미래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스토리는 잘 알려져 있다. 질척한 수렁에 빠진 듯 발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갖혀 있었다. 2011년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히어로즈 이적 소식이 날아왔다.

히어로즈 이적 후 4번 타자로 거듭난 박병호는 "기회가 된다면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히어로즈를 넘어 KBO리그 간판 타자로 존재감이 커지면서 목표가 구체화 됐다. 홈런을 때리고 타점을 쌓아올릴 때마다 꿈이 가까워졌다. 박병호는 그동안 외국인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어울렸다. 영어로 충분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히어로즈 구단은 지난해 강정호 때도 그랬지만,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응원했다.

지난 주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포스팅 금액 최고 1285만달러(약 149억원)가 나왔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미네소타 트윈스가 박병호를 불러세웠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팀이 아니었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왼쪽 팔에 세긴 뉴질랜드 마오리족 전사 문신을 보여주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이제 '메이저리거 박병호'가 성큼 다가왔다. 그래도 불확실한 게 많다. 우선 연봉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는다고 해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야구, 환경, 팀 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 아시아 출신 홈런타자가 성공한 예도 드물다. 강정호가 KBO리그 타자의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편견과 싸워야 할 것이다. 과도한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박병호가 걸어온 길을 보면, 긍정적인면이 많다. 2011년 여름 야구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박병호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를 했다. 풀타임으로 출전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4년간 매년 홈런과 타점, 장타율이 증가했다.

사실 첫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을 때만해도 반신반의하는 야구인들이 적지 않았다. 파워를 인정하면서도 '최고'라고 인정하는데 주저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매년 파워는 더 좋아지고, 정교함까지 업그레이드했다. 몸쪽 공을 극복하고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 좋아졌다. 타고난 신체조건, 재능에 성실함까지 갖췄다. 시즌 중 홈경기 때 박병호는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오는 선수다. 낮 12시 쯤 경기장에 나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 왔다.


히어로즈가 그랬던 것처럼, 박병호가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