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포스팅에도 수 년간 한국프로야구 현상으로 자리잡은 타고투저가 명확하다. 지난해 강정호(피츠버그)의 500만달러에 이어 올해는 박병호(넥센)가 1285만달러의 거액 포스팅을 이끌어냈다. 박병호가 미네소타와 본격협상을 벌이기도 전에 이번엔 롯데 손아섭이 도전장을 내민다. 손아섭 다음도 준비중이다. 팀동료 황재균이 대기타석에서 몸을 풀고 있다. 여기에 완전 FA가 된 김현수(두산)의 메이저리그 행도 거론되고 있다.
타자들과는 달리 투수들은 잠잠하다. 지난해 김광현과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포스팅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윤석민이 국내로 유턴한 이후 잔뜩 주눅 든 모습이다.
타자들 뒤엔 강정호라는 원군이 있었고, 올시즌 중반 한국땅을 밟은 한화 로저스는 본의 아니게 국내 투수들의 도전의지를 꺾었다.
◇피츠버그 강정호. ⓒAFPBBNews = News1
타자들의 도전뒤엔 강정호 후광이 있었다. 실질적인 도움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호는 최대 수혜자다. 강정호가 활약하는 것을 보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박병호의 적응여부에 좀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가 차원이 다른 무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KBO리그 톱클래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강정호가 입증했다. 실제 미국내에서 박병호를 언급할 때는 올시즌 타율 0.287에 15홈런을 때린 강정호의 활약상은 빠지지 않고 있다. 손아섭도 강정호와 자주 통화하며 꿈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막막한 도전의 길에 선구자가 있다는 것은 망망대해에서 등대를 발견하는 셈이다. 황재균도 수년간 동기생 강정호와 선의의 대결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이 적잖았다. 올시즌을 앞두고 벌크업으로 파워를 키우고 홈런수를 늘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화 괴물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 한국에 오자마자 맹활약했다. 몸값을 끌어올린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메이저리그와 국내야구의 보이지 않는 벽을 절감하게 했다는 평가가 많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19
투수들은 정반대다. 국내무대를 호령하던 류현진의 성공에 자극받아 윤석민 김광현 양현종의 미국행 러시가 이어졌지만 손에 쥔 것은 없었다. 로저스의 활약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로저스는 지난 8월에 입국, 차원이 다른 투구를 선보였다. 3차례 완봉승과 1차례 완투승 등 압도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150㎞대 초반의 강속구에 140㎞대 떨어지는 변화구를 구사했다. 국내선수들의 해외진출을 도왔던 한 관계자는 "로저스 때문에 투수들이 주춤한 것이 사실이다. 로저스가 뉴욕양키스에서 추격조의 일원으로 뛰다 이마저도 감당하지 못하고 마이너로 내려간 것을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간접적으로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하나를 보고 전부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모든 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로저스가 가뜩이나 타고투저로 의기소침한 국내 투수들의 도전정신에 생채기를 낸 것은 사실이다. 최근 크게 몸값이 올라간 FA광풍도 국내 잔류에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중간계투인 삼성 안지만은 지난해 65억원의 FA대박을 터뜨렸고, SK정우람은 올해 이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 된다.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팀에 상관없이 선발로테이션을 지키거나 셋업맨, 마무리를 맡는다면 천만달러(100억원대) 계약이 불가능하지 않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