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부진에 애타는 김성근 감독 "힘을 빼야할텐데"

최종수정 2015-11-16 11:21

"힘을 좀 빼면 좋을텐데…"

제자의 부진을 바라보는 스승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충분히 더 잘 할 수 있음에도 본연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며 한숨만 늘어간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한화 이글스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프리미어12 대표팀의 에이스인 김광현이 2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이유를 '지나친 의욕'으로 분석했다.


야구대표팀이 15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시 티엔무구장에서 미국과 국가대항전 2015 프리미어 12 대회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김광현이 5회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김광현.
타이베이(대만)=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1.15
김 감독은 15일 미국과의 프리미어12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의 패배를 무척 아쉬워했다. 한국은 0-2로 뒤지던 7회말 동점을 만든 뒤 9회말 1사 만루의 끝내기 찬스를 잡았지만, 끝내 득점에 실패했다. 이어 연장 승부치기에서 10회초 2사 1루에 나온 대만 출신 2루심의 결정적 오심이 빌미가 돼 결승점을 준 뒤 10회말 점수를 내지 못해 2대3으로 졌다.

이 패배에 대해 김 감독은 "국제 대회에서는 종종 그런 아쉬운 판정이 나온다. 9회에 경기를 끝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날 4⅓이닝 4안타 2볼넷 5삼진 2실점을 기록한 김광현을 다독였다. 김 감독은 "지난번 일본전도 그랬지만, 초반에는 공이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러나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뒤로 가면서 밸런스가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이런 현상은 김 감독에게 낯설지 않다. SK 사령탑 시절에도 김광현에게서 종종 발견했던 문제점이다. 원인은 지나친 의욕이다. 김 감독은 "(김)광현이에게는 가끔 그런 모습이 나온다. 너무 잘 하려고 애쓰다보니 자기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면서 "미국전은 어차피 8강행이 결정된 상황이라 조금 더 편안하게 던져도 됐을텐데, 지난번에 잘 못한 것을 만회하려고 했는지 이번에도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이런 현상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김광현에게 조언까지 해줬다고 한다. 그는 "일본전에서도 초반에는 공이 썩 괜찮았는데, 나중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더라. 그날 경기가 끝난 후 메일을 보냈다. 편안하게 던지라고.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듯 하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이번 대회에서 투수조 조장을 맡았다. 에이스이자 조장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욕을 보였다. 실제로 한국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 때도 "외부에서 이번 대표팀의 투수조 전력이 떨어진다는 말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력으로 그런 평가가 틀렸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일본전을 앞두고서도 "이 경기를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던지겠다"고도 했다. 대표팀의 투수조 조장으로서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정말 강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면이 구위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근 감독의 조언대로 김광현이 향후 등판에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편안하게 공을 뿌려야 할 수도 있다. 과연 김광현은 책임감의 무게를 덜어내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향후 그의 등판이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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