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영광을 누리는 순간에도 '국민감독'은 한국야구의 발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었다.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의 위업을 이룬 김인식 감독(68)이 '국민감독'으로 존경을 받는 건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좋은 성적을 내서가 아니라, 자기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또 끈임없이 한국 야구의 발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야구계의 큰 어른'이라고 볼 수 있다.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을 차지한 한국 야구대표팀 22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입국장에서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대표팀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미국에 8대0 대승을 거두고 우승을 거뒀다. 김포공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1.22/
그런 모습은 프리미어12 우승을 달성한 뒤 이어진 귀국 인터뷰에서도 나타났다. 김 감독은 22일 김포공항에서 가진 대표팀 입국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한 고언을 쏟아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야구, 특히 경쟁국인 일본과 미국의 장점과 한국 야구를 비교해 내놓은 결론이다. 김 감독은 한국 야구가 한층 더 발전하기 위한 세 가지 과제를 내놓았다. '강력한 선발 투수 육성'과 '외야수들의 송구 능력 강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전임감독제 도입'이었다.
'오타니'에 버금가는 선발을 만들자
우선 김 감독은 일본 투수들의 역량에 감탄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체적으로 일본 투수들의 수준이 높았다. 특히 오타니 등이 단순히 강하고 빠른 공을 던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런 공을 6~7회에 투구수 90개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던지면서 변화구도 구사하는 것을 보고 참 부러웠다.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라면서 "한국 야구에도 그런 투수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공을 던지는 것 자체보다 강한 하체 밸런스와 체력을 키우는게 중요하다. 이렇게 투수들을 키울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야수들, 강력한 송구력을 갖춰야 한다
이어 김 감독은 미국과의 결승전을 통해 미국 외야수들의 강력한 송구 능력에도 경탄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결승전에서 6회 때 3루주자 김현수는 홈에서 잡힐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8회에 정근우는 '홈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웃이 됐다. 대단히 강한 외야 송구력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국내리그에서 과연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미국 선수들은 대부분 마이너리그 트리플A 출신들이다. 그러나 강한 어깨로 빠른 홈송구를 할 수 있었다. 그런 능력을 우리 선수들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 역시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을 차지한 한국 야구대표팀 22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환영인파의 환호성 속에 입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대표팀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미국에 8대0 대승을 거두고 우승을 거뒀다. 김포공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1.22/
젊은 전임감독이 나와야 한다
이렇게 지적한 두 가지 과제, 즉 '강력한 선발 투수 육성'과 '외야수의 송구능력 향상' 프로젝트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힘을 다져야만 해결되는 과제들이다. 김 감독은 다시 한번 '체계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런 반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과제도 있다. 바로 '대표팀 전임감독제'의 도입이다. 이미 김 감독은 프리미어12 대회 기간을 통해 전임감독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귀국 인터뷰에서 다시 강조했다. 김 감독은 "전임감독제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 나도 과거 현역 감독 시절에 WBC 1, 2회 대회의 감독을 맡았는데, 소속팀에 굉장히 부담이 됐었다. 지금 현역 감독들도 만약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되면 부담이 많을 것"이라면서 "때문에 전임감독제를 만들어 대표팀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런 제도가 만들어지면 자신보다는 젊은 후배들이 주역이 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전임감독제가 도입될 경우 '초대 전임감독'을 맡을 의향에 관한 질문에 "이제 젊은 감독들이 새롭게 나와 여러 시도를 해야할 것 같다"며 은근한 고사 의사를 내보였다. 하지만 만약 전임감독제가 실제로 만들어질 경우,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상징성의 측면에서 초대 감독 자리에 김인식 감독만큼 적합한 인물은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