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을 차지한 한국 야구대표팀 22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대회 MVP를 차지한 대표팀 김현수가 구본능 KBO 총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대표팀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미국에 8대0 대승을 거두고 우승을 거뒀다. 김포공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1.22/
"가지마요."
22일 김포공항.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에 오른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금의환향했다. 수장 김인식 감독이 가장 먼저 게이트를 빠져나왔고 선동열 투수 코치, 이순철 타격 코치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도 곧장 환한 얼굴로 등장했다. 대회 전만해도 '참사'를 걱정하던 한국 대표팀. 결과는 '기적' 같은 일본과의 준결승전 대역전극, 미국마저 8대0으로 완파한 우승이었다.
공항에는 백 여명의 팬들이 몰려 들었다. 오후 2시30분께부터 대기하기 시작했고, 약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선수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 중 유난히 김현수에게 많은 플래시가 터졌다. 두산 팬을 포함해 타구단 팬들도 김현수의 이름 석자를 외쳤다.
김현수는 결승전까지 붙박이 3번 타자로 출전해 8경기에서 33타수 11안타 13타점을 기록했다. 미국과의 결승전에서는 5타수 3안타 3타점을 올리며 물오른 타격감을 뽐냈다. 이 같은 활약에 대회 MVP도 김현수의 몫이었다. 또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베스트 11'격인 '올월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로는 이대호, 황재균 등과 함께다.
김현수는 취재진을 보자마자 "피곤해 죽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소속팀인 두산 베어스에서 정규시즌 144경기, 포스트시즌 14경기, 프리미어 12 8경기 등 무려 163경기 대장정을 치른 뒤였다. 그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더 집중했다"면서 "대체적으로 상대 투수의 공은 다 칠만 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오타니(일본) 공은 그냥 못 친다. 그 선수는 지구 최강의 투수다"며 "(직구, 포크볼 중 한 구종을 노려야 한다고 하지만) 그냥 칠 수 없는 공이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김현수에 따르면, 미국과의 결승전이 열린 21일은 어머니의 생신날이기도 했다. 2남1녀 중 막내인 그는 경기 초반부터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더니 기어코 MVP까지 타냈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최고의 선물을 한 셈. 선물은 또 있다. '국제용' 타자로 거듭난 그는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좋은 조건이 온다면 진출하고 싶다"는 일찌감치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팬들은 그를 떠나 보내고 싶지 않은 듯 하다. 일부 팬들은 김현수가 카메라 앞에서 서 있는 동안 "가지 마요"라고 끊임없이 애교(?)를 부렸다. 대부분 두산 팬인 것으로 보였는데, 이들은 김현수가 공항을 빠져 나갈 때까지 곁에서 "안 가면 안 되요?", "가지 마요"라고 끊임없이 말했다. 이에 김현수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는 취재진에게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에이전트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