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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김현수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재원은 지난 시즌 두산의 핵심이었다. 주장이었다. 그리고 주전 2루수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기적같은 포스트 시즌을 연출한 두산의 힘은 토종선수들의 선전에 있다. 그 중 오재원의 공로로 잊을 수 없다.
두산 김승영 사장과 김태룡 단장은 "일단 김현수를 잡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오재원도 잡아야 한다"며 "다행히 오재원은 군사훈련을 받기 때문에 협상기간에 여유가 있다"고 했다.
오재원은 프리미어 12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곧바로 군사보충훈련에 합류한 상태다. 4주 뒤 FA 협상을 할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오재원의 위상 변화다. 그는 사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안티 팬을 보유한 선수였다. 강인한 승부욕과 경기 집중력이 몇 차례 불미스러운 일로 연결됐다. 타 구단 팬에게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서건창과 갈등으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난 뒤 거센 비판에 많이 힘들어했다. 포스트 시즌 내내 굳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고, 실전에서 공개적인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FA 협상에서 이런 이미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재원은 프리미어 12에서 완전히 이미지를 바꿨다. 4강전 9회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때려냈다. 대역전극의 시발점이었다.
교묘한 심리전으로 일본 마운드 뿐만 아니라 덕아웃의 분위기를 180도 바꿨다. 그의 최대 장점인 강인한 승부욕과 두둑한 배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9회 두번째 타석에서는 홈런성 태구를 날린 뒤 특유의 '배트 던지기'까지 보이며 국민을 열광케 만들었다. 명확하게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경기력을 보여줬고, 그동안 수많은 비판을 찬사로 뒤바꿨다. 이 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생채기'도 치유했다.
오재원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수다. 특히 포스트 시즌에서는 더욱 빛을 발한다. 공수주의 뛰어난 기량 뿐만 아니라 단기전에서 중요한 흐름 싸움에서 선봉장에 나선다. 게다가 약간의 걸림돌이었던 이미지 메이킹마저 제대로 했다.
일단 두산은 김현수와 함께 오재원도 잡는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협상은 4주 뒤다. 많은 변수가 있다. 오재원의 의지, 그리고 두산의 의지가 결합되어야 잡을 수 있다.
오재원은 군사훈련 입소 직전 두산의 로고가 박힌 점퍼를 입었다. 남고 싶다는 무언의 메시지다. 하지만 조율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