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21년 프로인생, 한국야구 성장그래프 자체

기사입력 2015-12-09 10:08


2015 KBO 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8일 서울 양재동 The-K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삼성 이승엽이 후배들의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2.08/

지난 8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이승엽은 10번째 수상무대에 섰다. 역대 최다, 역대 최고령(39세 3개월). 전성기 시절 8년간 일본에서 활약했지만 그 기간을 빼고도 한국프로야구에서 이승엽은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수상 소감에서 이승엽은 "나이에 대한 편견을 버려주셨으면 한다. 이제 40대에 접어들었다. 40대에게 내가 힘이 된다면 좋겠다. 그분들이 나로 인해 힘이 난다는 말씀을 하실때마다 나도 힘이 난다"고 했다. 이승엽은 불혹의 나이에도 올시즌 타율 3할2푼6리, 26홈런, 90타점, 87득점을 기록했다. 타율 7위, 장타율 8위(0.562).

이승엽의 야구인생은 한국프로야구의 성장 그래프와 함께 했다. 이승엽은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고졸신인으로 입단했다. 투수 자질이 엿보였지만 부상으로 타자로 전향, 이후 빠른 시기에 거포로 거듭났다. 1995년은 한국프로야구의 팽창기였다. 1982년 고교야구 인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으며 탄생한 프로야구는 그해 143만관중을 기록했다. 이듬해 225만, 이후 1988년까지 200만명 안팎의 관중을 동원했다. 1989년 288만명, 1990년 처음으로 300만명돌파(318만), 1993년 400만돌파(443만), 1995년엔 540만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후 긴 암흑기가 이어졌다. 1995년 관중기록은 2009년(592만)까지 14년간 깨지지 않았다.

이승엽은 프로야구 최고 성장기에 등장해 1997년 최연소 홈런왕을 차지했다. 40홈런, 50홈런 고지를 넘어 2003년 56홈런으로 아시아홈런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는 프로야구가 안팎으로 힘들었던 시기다. 유망주의 해외유출과 관중감소로 8개구단 체제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이승엽은 이슈메이커, 관중동원 견인차로 프로야구를 온몸으로 떠받쳤다.

이승엽이 일본으로 떠난 2004년엔 관중동원이 233만명에 그쳤다. 1988년(193만명) 이후 시즌 최소관중이었다. 야구관계자들은 이승엽의 빈자리를 절감했다.

이후 프로야구는 극적으로 부활했다. 이승엽이 일본 무대에서 복귀한 2012년 프로야구는 이미 중흥기에 접어들어 있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달아오른 야구열기와 스타선수들의 출현, 롯데 자이언츠의 약진 등 굵직한 호재들이 쏟아지며 그해 정규리그서 715만명이라는 역대 최다관중을 기록했다. 복귀 첫해 이승엽도 타율 0.307, 21홈런, 85타점으로 삼성 우승에 힘을 보탰다.

부침도 있었다. 2013년에는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고, 2014년 1년만에 타율 0.308 30홈런 101타점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올해도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거침없는 스윙으로 홈런신기록에 도전했던 20대 이승엽.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 좌절, 극복 속에 성장한 30대 이승엽. 세월에 맞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40대 이승엽.


이승엽은 올해 개인통산 400홈런 고지도 넘었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상황에서 향후 10년 이상 이승엽을 뛰어넘을 후배는 없다. 이승엽은 2년간 36억원에 FA계약을 했다. 선수인생 마지막을 준비중이다. "이제 기록이나 다른 욕심이 없다. 2년 더 뛸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여전히 이승엽은 가장 성실하게 훈련하는 선수다. 선후배들로부터 든든함과 존경의 말이 끊이지 않는다. 21년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삶으로 입증한 이승엽.

치솟는 몸값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부 후배들의 일그러진 모습에서 그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한없이 무겁게 다가온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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