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속 美진출 김현수, 마이너 거부권≠메이저 보장

기사입력 2015-12-30 08:50


전세계 야구 선수의 궁극적인 목표인 메이저리거. 꿈을 이룬 김현수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했다. 두 가지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첫번째는 "한국시리즈 우승때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에 꼭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좋은 조건이 와 가게됐다. 국내유턴은 하지 않겠다"였다. 또 하나는 계약서 상의 마이너리그 거부권 확인이었다.

때로는 무심코 하는 일이 더 잘 될 때도 있다. 평상심으로 부담없이 움직일 수 있다. 김현수에게는 여유가 느껴졌다. 수년 전부터 큰 경기를 앞두고 "나만 잘하면 된다"며 '자학 코멘트'를 날리던 바로 그 여유였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메이저리그 보장은 아니지만 김현수는 이마저도 큰 의미를 두는 모습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가 29일 한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내년 시즌 보스톤 선발로 뛰게 될 데이빗 프라이스와 대결을 고대하고 있는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두 시즌이 지나면 다시 한번 FA 자격을 얻게 된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은퇴를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5.12.29/
어떤 이는 수년간, 십수년간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며 준비를 해도 이루지 못하는데 김현수는 '친구따라 강남가듯' 편하게 기다리다보니 메이저리그에서 러브콜이 왔다. 유명인들의 인터뷰에는 자주 친구가 등장한다. 개그맨 시험, 탤런트 시험, 모델 데뷔 등에서 친구따라 갔다가 덜컥 합격하는 경우들이다. 이후 오히려 친구보다 더 승승장구하기도 한다.

강정호와 넥센은 장기플랜을 가지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비했다. 벌크업을 통한 파워강화 등 기량 뿐만 아니라 영어공부에도 꾸준히 공을 들였다. 결국 강정호는 공들인 준비가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에 비하면 김현수는 가서 몸으로 부딪히며 승부하겠다고 말한다. 스트라이크존도 심판의 콜에 따르면 된다며 느긋하다. 막상 계약을 위해 메이저리그에 가보니 말로듣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신천지를 보니 없던 의지도 생기는 모습이다. 강정호가 긴장속에 여유를 찾는 법을 배웠다면 김현수는 여유 속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가는 길이 하나가 아니듯 성공으로 향하는 길도 여러 갈래다.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김현수에 대한 볼티모어 구단의 예의다. 김현수는 시즌중 25인 로스터에 들어가기만 하면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수 있다. 빅리거 정착이 한결 수월해진다. 하지만 2년전 윤석민도 똑같은 마이너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구단도 볼티모어다. 볼티모어는 윤석민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다. 메이저리그로 올리는 순간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았던 윤석민은 몇 번의 보여주기 찬스를 놓친 뒤 의기소침해졌다. 결국 트리플A를 맴돌다 국내로 유턴했다.

김현수와 윤석민을 단순비교할 순 없다. 김현수의 몸값은 2년간 700만달러다. 윤석민은 3년간 575만달러였다. 연봉으로 따지면 김현수는 350만달러, 윤석민은 190만달러다. 김현수의 연봉이 훨씬 높다. 이정도 금액을 지불하고 마이너리그에서 썩힐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 메이저리거'는 아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등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90%라고 해도 10%의 변수는 존재한다. 실력으로 뚫어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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