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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kt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2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2사 2루 삼성 임창용이 kt 장성우에 동점 적시타를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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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미지 컨설팅. 나아가 이미지 컨설턴트라는 직업도 생겼다.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팬들에게 우리 구단은 어떤 모습일까. 각 구단은 새 사령탑을 뽑을 때도 '감독감'이라는 말로 후보들의 이미지를 면밀히 살핀다.
미국 포브스는 매년 메이저리그 구단의 가치를 평가한다. 시장, 경기장, 스포츠, 브랜드 등 네 가지 항목별로 점수를 매긴다. 여기서 브랜드 가치는 곧 이미지다. 선수, 코칭스태프, 단장, 사장, 응원문화, 팬 등이 모두 이미지와 직결되는 요소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LA 다저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아롤디스 채프먼의 트레이드를 없던 일로 했다. 채프먼이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다.
국내 야구계가 임창용, 오승환 문제로 떠들썩하다. 원정 도박 스캔들로 체면을 구긴 이들은 30일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심재철 부장검사)는 둘에게 단순도박 혐의를 적용해 벌금 7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휴가 여행 때 단 한 차례 카지노를 찾아 도박한 점으로 미뤄 상습 도박 혐의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환의 경우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현지 구단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참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둘 모두 벌금을 내는 선에서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되면서 선수생명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죄이지만, 큰 처벌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를 노리는 오승환과 달리, 과연 임창용을 선뜻 영입할 구단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KBO 징계 수위에 임창용의 은퇴 여부가 달렸다는 시선이 많다. KBO가 중징계를 내리면 은퇴, 비교적 가벼운 징계일 땐 무적 신분인 임창용을 영입할 구단이 있다는 예상이다. 일단 KBO는 빠르면 1월 4~5일 임창용과 관련한 상벌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KBO 고위 관계자는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고려할 부분이 많다. 선수 인생도 달려 있는 것 같다"면서도 "도박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다른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간 KBO 상벌위원회는 승부조작, 음주운전, 금지약물 복용 등에 중징계를 내렸다. 대표적으로 2012년 3월 승부조작을 한 박현준과 김성현이 영구 실격 처분을 받았다. 올 시즌에는 정찬헌이 음주운전으로 잔여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상벌위는 '선수, 감독, 코치, 구단 임직원 또는 심판위원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실격처분, 직무 정지, 참가활동정지, 출장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 처분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규약에 따라 반복되는 선수들의 사회적 물의에 대해 징계 수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조만간 임창용에게도 중징계가 예상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삼성 선수들은 2008년 말 이미 불법 도박으로 야구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이와 별개로 가벼운 징계가 내려졌을 때도, 임창용 영입에 목을 맬 구단이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바로 구단 이미지 때문이다. 우리나이로 마흔 살인 임창용은 여전히 140㎞ 후반대의 강속구를 뿌린다. 리그 대표적인 '핵타선' 넥센을 상대로 아주 강했고, 2년 연속 30세이브를 거두면서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에 일조했다. 당장 내년에도 20세이브 이상은 무난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즉시 전력감인 그를 데려올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선수 1명 때문에 수십년간 공들여 만든 구단의 이미지가 무너질 수 있다. 두산 사례도 있다. 두산은 선수 1명 때문에 팬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다. 사건이 터졌을 당시 확실한 액션을 취하지 않고 질질 끈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상벌위가 30경기이든, 50경기이든, 임창용에게 몇 게임 출전 정지를 내리는지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다저스가 채프먼을 잡지 않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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