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경쟁, 한화 캠프를 뜨겁게 달군다

기사입력 2016-02-02 14:43


"의외의 선수들이 악착같이 하면서 재밌어지고 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요즘 손에 테이핑을 하고 있다. 하도 펑고 타구를 날리느라 오른쪽 손가락 아랫부분에 물집이 잡히고 피부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 감독은 "별거 아니다"라며 허허 웃는다. 손에 작은 상처는 생겼지만, 그 과정에서 가능성 있는 새 얼굴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기대를 별로 안했던 선수들이 악착같이 훈련에서 덤비고 있다. 기존 선수들이 긴장해야 할 것 같다"며 고치 스프링캠프 분위기를 전한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하는 김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열의가 있다"며 고치 스프링캠프의 색다른 변화를 전한다. 애초에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서산 전용훈련장에 남은 탓에 훈련에 구색이나 맞추자는 목적으로 데려온 신고선수와 신인, 무명선수들이 지금 가장 열성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절박함'이 있다. 그로 인해 한화 캠프는 갑자기 '포지션 경쟁무대'처럼 변했다. 모든 보직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화 이글스 신인 포수 박상언은 뛰어난 송구 능력과 빠른 발로 김성근 감독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베테랑 선배 포수들을 위협할 앙팡 테리블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일단 포수쪽을 보자. 팀내 최고령 베테랑인 조인성(41)이 있다. 그러나 조인성이 전경기를 소화하는 건 무리다. 그래서 한화의 세컨드 백업 포수는 거의 조인성만큼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말이 백업이지 사실상 2명의 주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역할을 누가 맡을 지 아직 모른다. 지난해 뛰었던 허도환은 기난해 말 목 통증으로 페이스가 크게 떨어졌다. 지금은 회복됐지만 부상 재발의 위험성이 있다.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차일목은 전 소속팀 KIA 타이거즈에서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뒤 기량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후배들인 백용환과 이홍구에게 밀려나버렸다. 사실상 한화가 2차 드래프트에서 고르지 않았다면 은퇴 가능성마저 예상됐던 처지다. 그로 인해 한화 캠프에서 더욱 열의를 보이고 있다. 신인 포수 박상언의 가능성도 김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 감독은 박상언에 대해 "송구 능력이 좋다. 거기에 스피드 마저 가줬다. 프로 경험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차피 실전을 치르면서 늘어나는 게 현장 경험다 일단 포수는 이들의 대결이 이어진다.


◇한화 이글스는 젊은 선수들의 열의로 치열한 주전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동훈(오른쪽)이 슬라이딩을 많이 해 새까맣게 변한 유니폼 차림으로 주루 플레이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내야진도 마찬가지. 윌린 로사리오가 합류해서 취약했던 3루는 보강이 됐다. 그러나 로사리오는 시즌 중 1루수와 지명타자, 심지어 포수로도 나설 수 있다. 결국 로사리오가 다른 포지션 또는 부상으로 빠질 때 3루 요원이 필요하다. 캠프에서 일단은 주현상과 신성현이 경쟁 중이다. 김 감독은 "올해 3루는 재밌어질 것"이라며 경쟁이 뜨겁다고 밝혔다.

유격수 자리도 마찬가지. 강경학과 하주석 그리고 베테랑 권용관이 이 포지션을 맡는다. 그러나 권용관은 역시 풀타임 출전이 힘겹다. 미래를 감안하면 강경학과 하주석의 입지가 정리돼야 한다. 현재 누가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훈련은 강경학이 더 많이 받는다. 두 선수 모두 캠프 초반 부상이 있었는데, 그나마 강경학이 허벅지 햄스트링을 치려하고 훈련 사이클로 돌아왔다. 하지만 하주석은 아직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다.

투수진에서는 '선발 경쟁'이 초대 이슈다. 에스밀 로저스 외에 확실히 낙점받은 선수가 없다. 안영명 정도가 우위에 있고, 여기에 송은범 심수창 그리고 정대훈 송창현 김범수 등이 따라가는 형국이다. 결국 국내 투수들에게 허락된 선발 자리는 현재 3개다. 최소 6~7명의 후보가 이 자리를 노린다.

외야라고 다를 바 없다. 이용규 김경언 최진행 정현석이 기본이고, 여기에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장민석, 신인 이동훈 그리고 신고선수 김원석까지 가세했다. 김경언과 이용규가 초반에 몸상태가 나빠져 훈련을 제대로 못했는데, 무명들이 치고 올라와 눈도장을 받았다. 이용규는 1일 훈련에 돌아왔지만 김경언은 아직 재활 중. 대신 신진급 선수들은 분전하고 있다. 외야는 정말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전체 포지션에 걸친 무한 경쟁으로 인해 한화 캠프의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 팀의 경쟁력도 함께 상승중이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