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변하다] 스프링캠프, 훈련지 섭외도 조용한 경쟁?

기사입력 2016-02-02 21:01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28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캇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했다. 나지완이 홍세완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티배팅을 하고 있다.
스캇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1.28/

'최고의 훈련 환경, 동선을 찾아라!'

매년 1월과 2월. 프로야구 팀들에게는 매우 귀중한 시간이다. 한 시즌 농사를 위해 기반을 잘 닦아야 하는 전지훈련 기간. 각 팀들은 날씨가 좋은 훈련지를 찾아 떠난다. 이 훈련 과정도 간단치 않다.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야 하고, 실전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상대를 섭외해야 한다. 이동 동선, 숙소, 음식, 날씨 등 어느 하나라도 소홀하면 훈련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KBO리그 전지훈련 트렌드는 미국이다. 1차 전지훈련지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이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NC 다이노스, 넥센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kt 위즈 6개팀이 훈련중이다. 이들은 미국 메이저리그 팀들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 중순까지 이 곳을 사용한다. 날씨가 따뜻하고, 메이저리그 구단의 캠프지인만큼 그라운드 시설이 뛰어나다. 2~3년 전까지 사이판, 일본 등에서 1차 운동을 하던 팀들이 점차 미국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사이판에 머무르던 LG와 롯데의 경우, 현지 호텔 체인을 중국인들이 잠식해 중국 연휴기간 숙소를 쓸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행을 선택했는데, 시차 적응 기간이 조금 긴 것과 비용이 더 드는 점을 제외하면 여러모로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소문이 돌며 다른 팀들도 미국 캠프 구축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두산 베어스도 지난해 이 곳에 있었고, 올해도 사용을 추진했지만 구장 주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 운동장을 내줘 어쩔 수 없이 호주로 날아갔다. 샌디에이고는 니혼햄 소속 투수 오타니 쇼헤이에 관심이 많아 무상으로 니혼햄에 우선권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SK 와이번스는 홀로 플로리다에 자리를 잡았다.

2차 전지훈련지로 인기가 많은 곳은 일본 오키나와. 가장 큰 장점은 실전 위주 2차 훈련에 적합한 많은 상대팀들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LG, KIA, SK가 전용 구장에서 훈련과 경기를 한다. 넥센은 아직 전용구장이 없지만 오키나와에 상주한다. 여기에 일본프로야구팀들도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신 타이거즈, 주니치 드래곤즈, 야쿠르트 스왈로스, 니혼햄 파이터스, 히로시마 카프,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등이 훈련을 한다. 2월 날씨도 춥지 않고 현지 음식도 큰 문제가 없다.

그래서 다른 팀들도 오키나와 입성을 원한다. 하지만 현지 야구장 시설이 한정적이다. 넥센이 2년째 야구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오키나와에 미련을 버리고 자신들만의 공간을 확보하는게 우선이라는 팀도 있다. 롯데와 두산이 일본 남쪽 혈맹이다. 롯데의 가고시마와 두산의 미야자키는 버스로 2시간 정도 거리. 두 팀은 매년 연습경기를 자주 갖는다. 하지만 오키나와에 비해 이동거리가 길고, 현지 일본팀들도 2군 위주라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 지역에도 자리를 잡지 못한 NC는 지난해 2차 훈련까지 미국에서 소화하는 파격 결정을 내렸다. LA 인근으로 이동해 현지 대학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동이 줄어 선수들 피로도가 감소하고 젊은 미국 대학 투수들의 빠른 공을 보는 것도 좋았다는 평가. 그래서 오키나와 동맹에 대적할 LA 동맹이 결성될 조짐을 보였다. 롯데가 적극적으로 미국 2차 캠프를 검토했다. 이창원 사장이 캠프 후보지를 물색하기 위해 여러차례 직원들을 파견했다. 하지만 마땅한 훈련 구장이 없다는 보고에 결국 가고시마 잔류를 선택했다. 그런데 막내팀 kt가 떡 하니 LA 인근에 트리플A 구장을 섭외해 새 캠프를 차리기로 했다. 그렇게 NC와 kt의 동맹이 맺어졌다. NC는 외롭지 않아 좋고, kt는 막내팀으로 바로 윗선배인 NC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배울 수 있어 고맙다. 양팀은 투산 1차 전지훈련부터 시작해 2차 훈련까지 총 7차례의 연습경기를 갖기로 합의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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