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지 않은 현실. 이대호는 바늘구멍 뚫을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6-02-04 14:30


이대호의 국가대표 경기장면.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19.

스프링캠프에 초청되는 마이너리그 계약.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KBO리그 타격 7관왕에다 재팬시리즈 MVP, 프리미어12 초대 우승 국가 한국 대표팀 4번 타자를 맡은 최고의 타자가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을 했다.

보장 금액은 없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도 안 됐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이어지는 '서바이벌 게임'. 운이 필요하다.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막 프로에 뛰어든 신인 시절 같은 상황에 이대호(34)가 놓였다.

장애물이 한 두개가 아니다. 먼저 취업 비자. 최대한 빨리 나와야 정상적인 캠프 소화, 시범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 앞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한 김현수는 비자가 나오는 데까지 약 한 달이 걸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장을 찍었고, 1월20일이 돼서야 비자 인터뷰를 했다. 당시 김현수 측은 "생각보다 비자 발급이 늦다. 선수는 빨리 출국해 현지에서 몸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인터뷰 날짜 잡기도 쉽지 않다"고 고충을 전했다.

김현수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셋업맨이 유력한 오승환은 아직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계약 소식이 전해졌는데, 여전히 출국일이 잡히지 않고 있다. 오승환 측도 "2월1일 출국은 고려했지만 어렵다. 오늘(4일)인터뷰를 하게 됐다"며 "대개 인터뷰를 한 뒤 비자 발급까지는 3일 정도 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대호의 경우 반드시 이 달 안에 출국해야 한다. 그래야 스프링캠프는 물론 3월2일 시작하는 시범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린다면 온전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2년 전 볼티모어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윤석민도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몸을 만들어야 했다. 또 캐나다까지 날아가 취업 비자를 받아야 했고, 그 이전까지는 시범경기 출전은 꿈도 꾸지 못했다.

경쟁자를 넘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시애틀 제리 디포토 단장은 계약 직후 "한국과 일본에서 수준 높은 성적을 냈다. 우리는 그 능력이 우리 팀에게 이동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1루 경쟁에서 다른 잠재적인 파워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포지션이 1루 또는 지명 타자라는 얘기다.

현재 시애틀 1루 자원은 좌타자 아담 린드다. 올해로 빅리그 11년 차가 된 베테랑이다. 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2006년부터 9년을 뛰었고, 지난해 밀워키를 거쳐 시애틀로 왔다. 구단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유망주 3명을 밀워키에 넘겼다. 올해 연봉은 800만 달러. 빅리그 통산 타율은 0.274, 출루율 0.332, 장타율 0.466다. 지난해에는 밀워키에서 14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7, 20홈런, 87타점을 수확했다.

현실적으로 이대호가 린드를 이겨내기 쉽지 않다. 연봉 자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다만 린드는 지난해 우투수를 상대로 0.291의 타율을 기록한 반면 좌투수에거 0.221로 약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닷컴이 린드의 '플래툰 파트너'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다.


결국 이대호가 일단 노려할 자리는 린드의 백업이다. 그래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며 연착륙할 수 있다. 어쨌든 쉽지 않은 도전. 이대호가 세 번째 야구 인생을 곧 시작한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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