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시장 300억 KBO리그, '쿠바 야구'에 눈떴다

최종수정 2016-02-17 23:32

스포츠조선db

사진제공=KBO

KBO리그가 아마 최강으로 불리는 쿠바 야구를 주목하고 있다. 쿠바의 젊은 유망주를 키워 KBO리그의 경기력을 좀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또 매년 치솟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을 잡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BO 구단 단장들과 KBO 사무국은 지난 1월말 1주일 남짓 쿠바와 도미니카공화국을 방문, 현지에서 유소년 유망주 육성 시스템을 시찰하고 돌아왔다. 쿠바에선 야구협회장(이히니오 벨레스)을 만나 향후 교류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배석했던 한 관계자는 "쿠바야구협회에서 한국과 좀더 활발한 교류를 원하는 분위기였다. 국내 구단들도 값싸고 싹이 보이는 젊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또 도미니카공화국에선 메이저리그 팀들이 현지에 구축해놓은 유소년 아카데미를 찾아갔다. 도미니카공화국엔 MLB팀들이 경쟁적으로 중남미 카리브해 주변의 야구 유망주를 선별해서 육성하는 아카데미를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선 단순히 어린 선수들에게 야구 기술만 가르치지 않는다. 야구는 물론이고 영어, 수학, 과학 등 엘리트 야구 선수이기 이전의 기본적인 능력과 인성을 학습시켰다.

A구단 단장은 "쿠바에선 싸고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선 MLB팀들이 해외의 인재를 주도면밀하게 육성하는 모습에 또 놀랐다"고 말했다.

KBO리그는 아직 쿠바야구에 대한 접근이 걸음마 수준이다. 지금까지 바로 쿠바에서 외국인 선수를 국내로 데려온 경우는 없었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유네스키 마야,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프랜시슬리 부에노 등은 다른 나라로 망명한 후 KBO리그를 밟은 케이스다. 쿠바가 정치적으로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확 달라졌다. 쿠바 사회가 열렸고 스포츠 선수들도 과거 보다 자유롭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미 국내 프로배구(KOVO)도 쿠바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시몬(OK저축은행) 등을 영입해 좋은 경기력으로 효과를 봤다.

KBO 고위 관계자는 "KBO사무국은 10팀과 함께 쿠바야구 활용 방안을 좀더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과 유지 비용은 갈수록 치솟고 있다. 현재 규정상 팀 별로 3명(kt 위즈는 4명)씩 보유한다. 최근 KBO가 집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뛸 외국인 선수 29명의 평균 몸값(계약금+연봉)은 85만달러였다. 이렇게 봤을 때 금액으로 한해 외국인 선수에만 총 3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B구단 단장은 "좋은 경기력을 위해 양질의 외국인 선수를 뽑는 건 맞다. 그런데 많지 않은 선수층에서 서로 경쟁을 하다보니 국내팀들끼지 외국인 몸값을 올린 부분도 있다"면서 "쿠바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쿠바 시찰 과정에서 10팀이 쿠바 유망주를 선발해 별도의 드래프트를 하는 방식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에선 쿠바와 카리브해 국가의 유망주를 뽑아 MBL팀들의 아카데미 시설에서 위탁 교육을 시키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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