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야구 제일기획 시대]그룹 사업재편 탄력, 야구단 운명은

기사입력 2016-02-18 18:51


삼성그룹의 사업재편이 본격화됨에 따라 라이온즈 등 제일기획 산하 스포츠단도 존립 자체를 보장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을 관전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여사,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왼쪽부터). 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삼성그룹은 야구단인 라이온즈가 그동안 '국민의 건전한 여가선용'을 선도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이번 겨울 라이온즈의 몸집 줄이기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는 스포츠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은 최근 프로 스포츠단을 제일기획으로 통합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2014년 축구와 남녀농구를 이관한데 이어 2015년 6월에는 배구를 통합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11일 제일기획은 라이온즈 주식 12만9000주를 6억7596만원에 인수, 통합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같이 제일기획 산하에 스포츠단을 통합한 배경에는 만년 적자 구조를 탈피해 돈을 벌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삼성그룹이 제일기획을 매각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라이온즈 등 삼성 스포츠단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프랑스 유명 광고기획사인 퍼블리시스에 제일기획 지분을 매각하거나 공동 경영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세계 3위의 광고사인 퍼블리시스를 통해 제일기획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관련 계열사의 해외 광고 효과도 노려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만일 삼성그룹의 제일기획 지분 매각 또는 경영권 분할이 이뤄질 경우 스포츠단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스포츠단은 존폐 자체가 논의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일단 제일기획은 경영권 매각 보도에 대해 17일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주요 주주들이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퍼블리시스가 사업 관련성이 전혀 없는 제일기획 산하의 스포츠단까지 끌어안을 지는 미지수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재편 움직임은 이미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2013년 화학, 방산사업 등을 정리했고, 이번에는 제일기획을 대상으로 퍼블리시스와 경영권 매각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물론 삼성그룹에서 광고는 주력 업종이 아니다. 그룹 전체에 피로감을 주는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전자와 금융 중심으로 사업을 집중시키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이 사업재편에 속도를 붙이는데는 '원샷법', 즉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샷법은 기업의 인수, 합병 및 구조조정에 있어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 사업의 효율적 재편을 돕자는 취지로 마련된 법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업재편에 그룹의 운명을 걸고 있는 삼성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14년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도 재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이 향후 사업재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라이온즈를 비롯한 스포츠단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프로스포츠 전체의 운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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